한 해 연봉 120억원.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보다 두 배 이상 돈을 번다. 인기도 또 어떤가. 어떤 아이돌 그룹들보다도 더 많은 어린 팬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만 그런 게 아니다. K팝은 저리 가라 할 만큼 해외에서 '한류스타'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오죽하면 그를 영입하기 위해, 한 다국적 기업이 무려 1조원을 제시했을까.
대체 누굴까. 운동선수? 가수? 영화배우? 아니다. 올해 나이 8살짜리 꼬마 펭귄, 순수 토종 애니메이션인 뽀로로 얘기다. 아이들 사이에서 '뽀통령', 엄마들 사이에선 아이들 울음까지 멈추게 한다고 해서 '뽀느님'으로 통하는 녀석이다. 저작권료로 들어오는 돈만 한 해 120억원이다.
이처럼 이미 120개국에 수출돼 전 세계의 동심을 사로잡고 있는 뽀로로가 이제 모바일로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TV나 DVD 아닌, 응용 소프트웨어(앱)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PC)에서도 세계 어린이들과 만날 날이 멀지 않았다.
현재 뽀로로 앱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그냥 만화만이 아니라, 교육용 같은 뽀로로 응용 앱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를 통해 '뽀로로 첫 낱말놀이'앱이 시범적으로 선보였는데, 소비자 반응이 꽤 좋다는 평가다. 워낙 지명도 높은 콘텐츠이다보니, 벌써부터 세계 각국 이동통신 업체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체 뽀로로의 인기비결은 뭘까. 뽀로로 아빠로 잘 알려진 최종일(46) 아이코닉스 대표로부터 탄생부터 세계정복까지 스토리를 들어봤다.
우선 1조원 판권설. 그는 향후 비즈니스 관계를 의식해, 이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뽀로로의 모든 판권을 넘겨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1조원 제안에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때묻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뽀로로를 상업적으로 거래할 순 없었어요. 앞으로 누군가 백지수표를 제안한다 해도 뽀로로를 파는 일은 없을 겁니다."
뽀로로의 잉태는 지난 2001년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기업 광고기획사 애니메이션 사업부에서 일했던 그는 회사 사정으로 담당부서가 정리되자 동료들과 함께 벤처업체인 아이코닉스를 창업했다. 애니메이션 사업을 위해 시장 조사를 하던 중,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를 주도하는 일본이 유달리 유아들에겐 약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이 쪽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결심했다.
당시 대세는 영국산 텔레토비였다. 최 대표는 텔레토비와 차별성을 위해 동물 캐릭터 애니매이션을 만들기로 했다. "특별히 지역과 인종에 구애 받지 않는 캐릭터는 동물이 가장 무난하잖아요. 하지만 강아지(스누피) 고양이(헬로키티) 쥐(미키마우스) 곰(테디베어ㆍ푸우)처럼 귀엽고 친근한 웬만한 동물들은 이미 다 애니메이션으로 나와 있더라구요. 팽귄을 찾느라 고생 좀 했죠."
고민스러웠던 뽀로로 이름 아이디어는 뜻 밖에도 최 대표의 아내와 아이들이 제공했다.
어느 날 아내가 '아이들이 쪼로로 왔다 갔다 해서 정신이 산만하다'고 말했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처음엔 저도 잘 몰랐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쪼로로가 '종종걸음으로 재게 움직이는 모양'이라는 순 우리말이더라고요. 그래서 팽귄의 첫 이니셜인 'P'를 쪼로로와 결합시켜 '뽀로로'로 정했지요."
하지만 뽀로로가 지금의 정상급 스타가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선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니고 애들 만화에 이만한 돈을 내놓을 투자자란 별로 없었다. 가까스로 EBS와 SK브로드밴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오콘 등을 투자자로 끌어오기까지 무려 2년반이 걸렸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뽀로로는 출생하자마자 각종 애니메이션 국제대회에서 입상했고 해외 방송사들로부터도 러브콜이 쇄도했다. 프랑스 국영방송(TF1)에서 내보낸 뽀로로의 시청률은 최고 57%까지 나왔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를 3,893억원으로 추산했다.
뽀로로는 현재까지 시즌 1,2,3 시리즈로 제작, 각각 52편씩 나왔다. 시즌 1의 52편 가운데 22편은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참여해 공동 제작,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모바일 앱과 함께 시즌 4를 준비 중이다.
"온라인으로 만나든 모바일로 만나든 정말로 어린이들에게 오래도록 사랑 받을 수 있는 뽀로로를 만들 생각입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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