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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도시 개발, 길을 잃다' 우리는 왜 도시 개발에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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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도시 개발, 길을 잃다' 우리는 왜 도시 개발에 실패하는가

입력
2011.09.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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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개발, 길을 잃다/김경민 지음/시공사 발행·264쪽·1만3,800원

'강북에 고품격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을 조성하여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것이 서울 은평 뉴타운 개발의 구호였다. 과연 뉴타운 건설로 거기 살던 사람들의 삶의 질이 나아졌을까. '고품격'에서 짐작 가듯 은평 뉴타운은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다. '지역 격차 해소'는 거기서 살던 저소득층을 대부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고 다른 중산층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17.1%라는 제2차 지구의 재정착률이 이를 대변한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쓴 <도시 개발, 길을 잃다> 는 뉴타운이니 ○○지구니 하며 진행되는 서울의 대형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해외 사례와 비교해 가며 비판한 책이다.

은평 뉴타운과 함께 그가 잘못된 개발 사례로 드는 용산국제업무지구나 청계천 상인 이주를 위한 쇼핑몰 가든 파이브 등은 한결 같이 올바른 도시개발을 위해 필요한 공공기관과 민간 디벨로퍼(시행사), 지역 커뮤니티 부재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에는 공익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사업을 수립할 공공 디벨로퍼도, 무조건 때려 부숴 용적률만 높인 새 건물을 지으려는 시공사에 좌우되지 않는 민간 디벨로퍼의 존재도 희미하다. 공동체의 삶을 대변할 지역 커뮤니티 역시 진정한 주민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급조된 경우가 많다.

저자는 국내 현실에서 제대로 된 도시 개발을 위해 우선 미국의 보스턴 재개발청 같은 공공 디벨로퍼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공 디벨로퍼가 자산투자자의 역할을 해, 지금처럼 단기 분양에 사업 성패를 거는 사업이 아니라 장기 투자에 적극 나선다면 민간 디벨로퍼 역시 분양 일변도에서 장기 임대 전략을 택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형적 변신보다 재개발의 필요성을 지역 원주민이 납득하고 그들이 거기에 재정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산이 도쿄 명물 '롯폰기힐'처럼 되려면 부동산 재벌인 모리 회장이 재개발 반대 주민들 앞에 엎드려 절하며 설득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는 번듯한 '집과 건물이 모인 곳'이 아니라 '당신과 나,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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