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국적 정전사태를 유발한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통합론이 나오고 있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량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와, 실제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의 역할이 인위적으로 나뉘면서 비상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3일 국회지식경제위원회의 한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이번 정전사태는 전력 공급의 두뇌격인 전력거래소와 몸 역할을 하는 한전이 따로 놀다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는 경쟁과 효율만 추구하는 현재의 전력정책을 포기하고 소유와 운영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전력공급량을 예측하는 계통운영 업무만이라도 한전에 이관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주무당국인 지경부의 정재훈 자원자원실장은 "두 기관의 인력을 합쳐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는 방안은 물론 조직을 통합하는 방안까지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대규모 정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긴급 전기사용 규제법안 도입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고객별로 자발적인 절감 목표를 설정해 수요가 급증하거나 공급이 부족할 때 전력 소비를 줄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3월 대지진으로 전력 수급의 어려움을 겪은 일본의 경우 정부가 15%의 절감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한전측은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의 당일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정전 당일 오전 8시부터 양수발전기를 돌릴 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는데 염 이사장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45분까지 강남의 한 고급호텔에서 사적인 점심모임을 가진 데 이어 순환정전에 들어간 후엔 한 잡지사와 인터뷰까지 했다"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무사태평으로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과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 등은 순환정전 시행 직전 지경부에 관련 내용을 팩스로 보냈다는 기존 거래소의 설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염 이사장은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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