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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조선대 총장 26일 결정… "구태 선거" 잡음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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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조선대 총장 26일 결정… "구태 선거" 잡음 무성

입력
2011.09.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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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조용해지려나…."

22일 오후 3시40분께 조선대 체육관. 이날 교수와 직원, 학생들의 직접 투표로 치러진 제14대 총장 후보자 추천 선거에서 1위(서재홍 교수ㆍ의대)와 2위(전호종 교수ㆍ의대) 득표자가 발표되자, 이를 지켜보던 한 노교수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흘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무슨 뜻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번 총장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교수 사회의 추한 모습을 보았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26일 서 후보와 전 후보 중 한 명을 총장으로 뽑는 조선대 이사회의 총장 결정 투표 절차만 남겨 놓은 조선대 총장 선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선대 총장 후보자 8명 중 3명을 뽑는 예비선거가 실시되기 약 3시간 전인 20일 낮. 광주 동구 지산동 S호텔 일식집에 후보자 6명이 모였다. 전직 총장인 Y씨와 K씨가 총장 후보자들을 위해 마련한 오찬 회동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엔 현직 총장으로 재선에 도전한 전호종 후보와 임동윤(의대) 후보는 없었다. 전 후보는 초대를 받지 못했고, 임 후보는 개인사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두 전직 총장들이 전 후보의 연임을 막기 위해 상대 후보자들을 불러 모아 탈락자간 밀어주기 등 담합을 유도하려는 자리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Y씨 등은 "선거운동으로 고생한 후보자를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했지만, 오찬 회동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Y씨 등은 앞서 지난 6일 대학 내부통신망에 총장 연임에 관한 의견을 올려 선거개입 논란의 불씨를 댕긴 터였다.

이들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대학의 리더십 변화가 필요한 때다. 사람과 물은 흘러가야 한다. 총장 4년 임기는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소진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피로감으로 '연임'이라는 유혹에 빠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전 후보의 연임을 막고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의 글을 삭제했지만 일부 교수들이 항의해 다시 게재하는 등 내부 갈등을 빚었다.

논란이 커지면서 학내에는 전직 총장 K씨가 학교법인 이사장이 되기 위해 특정 후보를 밀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파다하다. A교수는 "YㆍK씨의 후보자 오찬 주선 등은 전직 총장으로서 대학 발전을 위한 순수한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유례 없는 전직 총장들의 선거 개입 논란은 법인 이사장의 꿈을 꾸고 있는 K씨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총장 재직 당시 법인 임시이사를 맡았던 K씨가 차기 법인 이사장으로 학교에 복귀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미는 등 선거에 입김을 넣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소문은 예비선거를 통과해 본선거에 진출한 후보 3명 중 서 후보가 K씨측 인사로 알려지면서 증폭됐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오찬 회동에 참석했던 예비선거 탈락자 5명이 본선거를 하루 앞둔 22일 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또 다른 본선 진출 후보도 "그간 가족들과의 행복을 소홀히 했다"는 내용의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리면서 대학이 또 한번 발칵 뒤집혔다.

급기야 강현욱 법인 이사장이 담화문까지 내고 "총장 직선제 폐지를 논의했던 것도 후보간 줄 세우기와 보직을 담보로 한 담합행위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선거가 혼탁양상으로 흐르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면 법인 이사회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K씨가 지난해 정이사 체제 전환 당시 이사로 참여하려고 시도했으나 전 후보가 반대해 무산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이 때문에 K씨가 감정이 좋지 않은 전 후보를 몰아내고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고 전했다.

조선대는 1988년 학내 민주화 운동으로 박철웅 전 총장 일가가 물러난 후 22년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다 지난해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으며, 내년 말 현 이사장과 이사들의 임기가 끝난다. K씨는 이에 대해 "법인 이사장을 아무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냐. 차기 이사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그런 말도 처음 듣는다"고 발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후보들은 "나는 누구와 관계 없다"며 '특정 계보'와의 관련을 극구 부인하는 어이없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전 후보 선거 참모의 이메일 해킹사건의 피해자가 선거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온갖 억측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돼야 할 대학총장 선거가 기성 정치판에 버금가는 구태를 보여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겠다"며 "이렇게 해서 뽑힌 총장이 과연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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