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친구는 어디 있지?/샬롯 졸로토 지음ㆍ헬렌 크레이그 그림ㆍ이경혜 옮김/ 문학과지성사ㆍ4~7세ㆍ1만원
본래 부활절(Easter)은 예수의 부활을 기리는 날이지만, 요즘은 그 의미가 봄의 소생을 알리는 아이들의 축일로 '광역화'했다.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전날 선물을 감춰두듯, 부활절에는 토끼들이 집 주변에 숨겨놓은 달걀을 찾는 것이 서구의 아이들이 이 축일을 맞는 전통. 달걀을 가져온다는 이 가상의 토끼는 부활절 토끼(Easter Bunny)라고 불린다.
미국도서관협회가 주는 권위의 아동문학상 칼데콧을 두 차례나 수상한 샬롯 졸로토의 <토끼의 친구는 어디 있지?> 는 출간 50년이 넘는 고전이다. 이스터에는 토끼들이 많다는 부엉이의 말에 이스터를 장소로 착각한 외로운 토끼가 다른 토끼들을 찾아 동쪽으로 떠나 사계절에 걸친 모험을 겪은 끝에 자신과 꼭 닮은 토끼를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된다는 소략한 줄거리가 유머러스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과 함께 따스하게 펼쳐진다. 토끼의>
책의 매력은 토끼가 경험하는 사계절의 아름다운 묘사에 있다. 울창한 숲 속 나뭇가지 사이로 다이아몬드처럼 쪼개지는 햇살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향기가 묻어날 듯 화사하게 피어난 분홍 칼미아 나무,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린 가을의 숲….
새끼들과 함께 이곳들을 둘러보던 토끼는 "토끼로 가득한 이토록 훌륭한 세상을 보니 너무 행복해서 심장이 욱신거렸어"라고 말한다. 이 구절을 읽으며 아이들은, 이 세상에 엄마 아빠 형제 자매와 '함께' 존재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구나, 하고 막연히 기억의 중추에 이 장면을 새겨둘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가 그러하듯이.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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