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침몰하는 유럽 경제를 구하겠다고 호언했던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례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침묵했다. 브라질이 논의를 주도하며 다른 국가들을 설득했지만 BRICS 차원의 공동 대응책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연례 회의에 BRICS 재무장관들은 "세계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우 IMF나 다른 국제 금융기관을 통해 도움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로존 국채 공동매입 등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기대했던 시장으로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브릭스는 공동성명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 때문에 유발된 과도한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며 선진 금융당국의 잘못된 정책이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비난했다.
빚 수렁에 허덕이는 선진경제권과 달리 BRICS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다. 이 때문에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아 왔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중국과 브라질에 자국 국채를 매입해거나 자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쌓아둔 외화는 총 4조 866억 달러로, 재정위기를 겪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정부부채를 모두 합한 규모(4조 2,537억달러)와 맞먹는다.
BRICS가 유로존 구제금융 합의에 실패한 것은 러시아와 인도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토르착 러시아 재무차관은 "유로존을 돕기 위해 BRICS가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국내의 빈곤을 줄이기 위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 다른 나라를 도울 여력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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