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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베이비부머 세대 700만명 "은퇴빈곤층 위기 답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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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베이비부머 세대 700만명 "은퇴빈곤층 위기 답답할 뿐"

입력
2011.09.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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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앙부처 4급 공무원인 김모(52)씨는 요즘 들어 늘 울적하다. 은퇴할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모아놓은 재산이래야 수도권의 작은 아파트 하나밖에 없다.

지금 대학생인 두 자녀가 중ㆍ고등학교 다닐 때 한 달에 200만원씩 들어가는 과외비를 감당하느라 쪼들려 살면서 저축도 못했다. 막상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니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대학 등록금을 낼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융자를 받아서 해결하고 있다. 그나마 공무원이라 당장 이자를 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하지만 자녀들 용돈, 옷값, 생활비 등을 충당하다 보면 월급이 남아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자녀 하나가 대학을 졸업할 때면 3,000만원 정도씩 빚을 진다는 사실이다. 둘이니 모두 6,000만원이다. 사회에 나서는 순간부터 빚을 짊어지는 것이다. 김씨는 퇴직하면 연금을 줄여 일시불을 챙겨서라도 우선 아이들 등록금부터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큰 아이는 대학 4학년이 되면서 휴학을 했다. 졸업한다고 곧 바로 취직이 되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 휴학한 뒤 집에서 빈둥거리는 큰 아이를 보면 마음이 갑갑한데, 둘째도 비슷한 길을 갈 것 같아 더 걱정이다. 어찌 보면 아이들만의 잘못도 아니다."우리 때는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은 됐는데 지금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받아줄 형편이 안되는 걸 누굴 탓하겠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숨이 멈추질 않는다.

은퇴를 앞둔 한국의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자녀들 공부시키느라 허리가 휘도록 일을 했으나 과다한 사교육비 등으로 은퇴 이후에 살아갈 수 있는 재산은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자녀들이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해 속옷이라도 선물받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졌다. 여기에 노부모를 모시고 살아가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더욱 힘들다. 자칫하면 3대가 실업자로 한 집에 모여 살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이들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비롯된 독한 경쟁 때문에 직장에서의 안정감은 현저히 떨어지고, 자녀 교육비나 부모 봉양 등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은퇴를 앞둔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는 무려 700만명을 넘는다. 이중 자영업자 및 무급종사자 구직단념자 등을 제외한 임금근로자는 30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은퇴를 시작하면서 '살 날은 많고 할 일은 없는'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경제적 어려움, 은퇴에 대한 공포, 노후 불안, 소속감 상실 등으로 고통을 받기 시작했고, 특히 최근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주력 계층인 50~54세 남성의 2009년 기준 10만명당 자살률은 62.4명으로 20년 전인 1989년의 15.6명보다 300% 증가했다. 20년 전 같은 나이 또래 남성들과 비교해 자살을 선택하는 비율이 4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같은 연령대 여성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도 5.2명에서 19.9명으로 증가율이 283%에 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를 보면 2010년 기준 60세 이상 은퇴자로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은퇴빈곤층(Retire Poor) 가구가 무려 101만5,000가구에 달했다. 고령으로 은퇴한 가구의 38.4%에 해당한다. 은퇴빈곤층은 금융자산이 매우 빈약하고 그 중 개인적으로 준비한 노후자금(사적연금 등)의 평균 액수는 61만원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베이비부머 은퇴자들 중 상당수가 이 은퇴빈곤층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베이비부머 은퇴자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3, 4년 내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며 "일본처럼 정년을 65세까지 늘린다거나, 임금상한제 등을 통한 정년 연장과 은퇴 지연 등 중ㆍ고령자 실업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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