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구(50) 제일2저축은행 은행장은 23일 검찰 압수수색으로 은행 매각에 차질이 생기자 이에 상심, 우발적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제일2저축은행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 행장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저축은행 본점 건물 2층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던 낮 12시쯤 건물 3층의 박모 영업이사 방에 들러 "지갑 속에 뭔가 적어뒀으니 보라"고 말한 뒤 6층 건물 옥상에 올라가 투신했다. 정 행장은 투신 직전 박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매각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행장실에 걸어둔 정 행장의 양복 상의에서 발견된 자필 유서에는 "현재 매각관련 실사를 3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실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져도 영업정지 후 자력 회생한 사례가 없다 보니 기관별 협의가 제시간 안에 끝나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고 적혀있다.
경찰은 "영업정지와 검찰조사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정 행장이 우발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진행 중이던 은행 매각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로 투신했다는 추정이다.
제일2저축은행의 한 간부에 따르면 최근 이 은행은 몇 곳의 매수자들과 은행 매각 절차를 진행, 마무리 단계였다. 이 간부는 "영업정지를 받은 7개 은행 중 우리만 유일하게 매각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었고 정 행장도 매각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하지만 검찰 압수수색으로 매각이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장을 잃은 제일2저축은행에는 비통함이 가득했다. 1층 창구에서는 가지급금 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으나 대다수 직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직원은 "정 행장 자살 소식에 많은 직원들이 눈물을 흘렸다"며 "참 착하고 유순한 분이라 직원들 사이에 덕망이 높았다"고 전했다.
주민 김모(50)씨는 "정 행장이 인상도 좋고, 영업정지 첫날만 좀 시끄럽고 이후에는 조용했는데 왜 자살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 등 정부 합동수사단은 "협조를 잘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은행이 영업정지되고 검찰 수사까지 앞두고 있어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