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전날에 이어 역사교과서의 민주주의 용어 논란으로 하루 종일 파행을 겪었다. "북한에 가서 의원 하라"는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의 19일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사과 요구, 박 의원의 사과에 대한 항의가 이어진데다 두번째 사과에 대해선 '송구'와 '유감'이라는 표현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탓이다.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감사는 야당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오전 11시 30분에야 개회했다. 변재일 위원장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박 의원의 사과와 속기록 삭제를 요청했고 한나라당 측은 여기에 응할 것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읽으며 "제 발언의 요지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체성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것, 이를 미래세대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의원에게 하는 말로 오해했다면 유감을 표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사과 도중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대표가 있다면 그 대표는 북한에 가야 된다는 발언을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고 왜곡한 김영진(민주당) 의원의 사과를 요청한다"고 하자 국감장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야당 의원들은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다", "야당에 대한 모독이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박 의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사과문을 낭독하며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궤변으로 일관하며 야당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인 양 말하고 있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1시간여 만에 감사장을 나선 여야 의원들은 박 의원이 수위를 조절해 다시 사과를 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사과문에 대한 협의에서 야당은 "송구하다", 여당은 "유감이다"는 표현을 고집하는 바람에 오후 9시까지 회의를 열지 못했다.
결국 양측은 정회 9시간 만에 다시 국감장에 마주앉았으나 똑 같은 공방을 반복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서상기 의원은 "더 심한 것도 유감표명으로 끝나는 것이 정치권의 관례"라며 "삼척동자가 봐도 (국정감사를) 파행시키기 위한 (야당의) 전략"이라고 말했고,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여야는 국정감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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