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황한식)는 23일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김정사(56)ㆍ유성삼(57)씨가 청구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신문조사나 진술서 등은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작성된 것으로 임의성이 없으며, 본인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아 증거가 될 수 없다”라며 “결국 증거능력이 부족한 증거만 남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일동포 출신의 김씨와 유씨는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 간부의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했다는 혐의로 1977년 국군 보안사령부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이들은 보안사에서 20일 동안 불법구금 상태로 고문을 당했고, 결국 “한민통 소속 재일지도원의 지령으로 국내에 잠입, 간첩행위를 했다”고 허위 자백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 신문조서와 영사증명서 등을 근거로 한민통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김씨에게 징역 10년, 유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민통 결성을 준비하고 의장활동을 했다’는 부분에 영향을 미쳐 김 전 대통령의 사형 선고 근거로 이용되기도 했다. 김씨는 선고 직후 “무죄 소식이 반갑지만 한민통에 대해 언급이 없어서 실망스럽다”며 “한국으로 유학 간 아들이 갑자기 사라져 고생이 많으셨던 아버지에게 늦게나마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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