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9년 대우조선해양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수사 당시, 남상태(61) 사장의 금품 수수와 관련한 직접적인 진술을 확보하고도 '내사 종결' 처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금품 공여자의 직접 진술뿐만 아니라 관련 정황증거까지 확보하는 등 상당 부분 내사를 진행했으나,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최종 판단을 내려 사건 처리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09년 7월 초 이창하 당시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를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한 뒤, 이씨한테서 남 사장 측에 거액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2004년 8~10월 두 차례에 걸쳐 남 사장(당시 부사장)의 자택을 찾아 남 사장의 부인에게 현금 8,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 "2007년 10월 남 사장의 유럽 출장 직전, 2만 유로(한화 3,200만여원)를 건넸다"는 내용이었다. 유명 건축 디자이너인 이씨는 남 사장이 사장직에 오른 지 한 달 만인 2006년 4월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 영입됐고, 검찰의 내사 착수 직전인 2009년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씨는 이와 관련, "구체적인 청탁은 없었다"고 했으나, 검찰은 공사 수주 청탁(2004년 건)이나 전무직 유지(2007년 건) 등의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사를 계속 진행했다. 민간인이 업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으면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검찰은 8,000만원 부분과 관련해 공소시효(5년)가 완성되기 직전인 2009년 9월 남 사장의 부인 최모씨를 조사해 "이씨한테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진술만 듣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2만 유로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씨의 자금 관리인인 정모씨의 환전 기록, 이씨에게서 남 사장으로의 송금 내역 등 정황 증거까지 확보했으나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은 특히, 남 사장에 대해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남 사장 측에 어떤 명목으로든 금품을 전달했다는 이씨 진술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진술의 존재 등) 구체적인 조사 내용을 확인해 줄 순 없지만 필요한 조사는 모두 다 했다. 하지만 혐의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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