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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자유민주주의' 비판 고조/ "뉴라이트 인사 등 색깔론 내재…정치적 변화에 시대 역행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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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자유민주주의' 비판 고조/ "뉴라이트 인사 등 색깔론 내재…정치적 변화에 시대 역행적 발상"

입력
2011.09.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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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써야 한다고 고집하는 보수 인사들이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꺼내 민주주의를 퇴행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 인사나 보수 언론들이 근현대사 서술에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보다 민주주의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들을 공격하는 주요 논리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면,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냐"다. 2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북한에 가서 국회의원 하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상대편에 '빨갱이' 딱지를 붙여 여론을 호도하려는 전형적인 이분법적 색깔론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가 원론적으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체제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사상을 검열하고 말길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돼왔음을 다시 드러내는 격이다. 헌법에 자유민주주의의 근거가 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이 첫 등장한 1972년 유신헌법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세력을 탄압하고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됐던 역설적 상황과 비슷한 맥락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독일 헌법에서 따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원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유신체제에선 탄압에 이용됐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이는 보수 세력이 추앙하는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인데, (자유민주주의 주장은) 보수 세력 스스로 근거를 무너뜨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기모순은 한국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의미가 냉전 구도에서 굴절됐기 때문인데, 이 용어를 고집하면 다시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유민주주의 용어에 대한 집착이 사회적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복지 담론도 제한한다는 우려도 높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자유민주주의가 사회민주주의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사회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의 한 계파로 파악하는 것이 헌법 논리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라이트 인사 상당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시장자유주의와 한 쌍으로 보며 사회민주주의를 배척하고 있는 실정이다. 뉴라이트 계열 변호사모임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모임'의 이헌 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상복지 주장은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로, 이것을 주장하는 것은 헌법적ㆍ보수적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 일각이 자유민주주의를 헌법 이념으로 내세우면서 우리 헌법에서 사회민주주의 요소의 삭제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도 자가당착적이다.

한국의 건국헌법은 1987년 민주화 항쟁으로 개정된 현행 헌법보다 더 사회민주주의적 색깔이 짙었다. 박명림 교수는 "건국헌법의 경제 부문은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로 지금보다 더 왼편에 있었다"며 "김구나 이승만, 한국민주당 등 건국세력 모두 시장경제원리를 부정했던 이들인데,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하면 건국세력은 아무도 설 땅이 없다"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공존하는 체제로 최근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복지 담론을 수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만 강조하고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를 배제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변화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시대 역행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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