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베이비붐 세대 자산 관리 몰두
앉아서 돈을 까먹는 시대다.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부동산이 흔들리고, 물가가 치솟으며 예금이자는 사실상 마이너스다. 글로벌 경제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악재가 돌출하면서 주식 직접투자나 각종 펀드도 순식간에 마이너스가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돈을 장롱 속에 묻어 둔다면 물가상승률이 요즘처럼 매년 4%일 경우 18년 뒤면 저절로 반 토막이 된다.
돈이 갈 곳을 잃은 형국이다. "집에 설탕 단지가 있다면 당장 채워두라"(짐 로저스 홀딩스 회장)는 조언에 따라 금 같은 실물에 투자하고 싶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돈 가치는 갈수록 쪼그라드는데 자산관리법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우리나라 전체 가계자산의 80%는 여전히 부동산에 그것도 감당 못할 빚까지 떠안은 채로 묶여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본격 접어들면서 집 하나 있으면 노후생활이 해결되는 시대는 끝났다. 2018년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전체의 14%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대 삼성증권 마케팅 상무는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활동인구가 정점에 도달했으며, 향후 노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주택을 구입할 젊은 세대가 줄어들어 부동산이 더 이상 대세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은행 예금은 재테크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틈새를 비집고 증권사가 발 빠르게 변화의 선봉에 섰다. '주식 위탁매매→펀드→자문형 랩과 파생상품' 등으로 보폭을 넓혀가던 증권사들은 최근 절대수익을 추구하고 은행 예금이자보다 많은 수익을 매달 제공하는 상품 개발과 신 사업 준비에 골몰하고 있다. 부동산 및 예금 집중화를 깨 장기적이고 안전한 돈의 피난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베이비붐(BB)세대(1955~1963년생)를 주목하고 있다. 평균 정년 연령인 55세 인구는 최근 5년간 매년 44만명 정도였지만 BB세대의 정년이 본격화하면 두 배 가까이(연 80만명)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BB세대는 은퇴 후 자녀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서 아마도 수십년 간 계속될 '무 수입'상태에 대비해야 한다. 안전한 돈의 피난처가 누구보다 절실한 세대인 셈. "100세 시대에 걸맞게 국가정책의 틀도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문도 이 같은 고민을 담은 것이다.
증권사들은 BB세대를 겨냥한 은퇴연구소를 잇따라 세우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100세 시대 연구소(2011.9), 삼성증권의 은퇴설계연구소(2010.12) 등이다. 대우증권도 다음달 관련 연구소 설립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가 활동 중이고, 한국투자증권엔 그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퇴직연금연구소가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노후자산 관리시장은 지난해 말 272조원에서 2015년 496조원, 2020년 1,000조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역시 BB세대의 은퇴 이후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우리투자증권), "부동산 현금화 방안 등 은퇴자들의 보유자산 활용 해법을 제시해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화할 것이다"(삼성증권), "장기투자를 유도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을 개발하겠다"(대우증권) 등 각 사의 전략도 세워졌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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