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헛심'을 쓴 것일까, 아니면 넘기 힘든 '벽'에 부닥쳤던 것일까. 검찰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금품 수수 진술은 물론, 정황 증거까지 확보하고도 '내사 종결' 처리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2년 넘게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사건 수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2009년 5월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사건 공개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창하 당시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를 가장 먼저 체포했는데, 그가 남 사장의 비자금 조성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수사 타깃'은 바로 남 사장이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한테서 이 부분과 관련해 결정적 진술은 얻지 못했다. 대신 "남 사장한테 (청탁 없이) 금품을 건넨 적은 있다"는 진술을 받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당초 검찰이 그렸던 얼개와는 다르지만, 어쨌든 남 사장의 비리라고 볼 수 있는 중요 단서를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는 내사 단계에서만 맴돌다 종료됐다.
특히, 의문이 드는 것은 이씨가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 영입된 이후인 2007년 10월 남 사장에게 건넸다고 밝힌 2만 유로 부분이다. 남 사장의 정상적인 해외출장 경비라면, 왜 본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자금 부서가 아니라 계열사 전무인 이씨가 지급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검찰은 이씨가 자금 관리인을 시켜 유로화로 환전한 기록, 이씨가 남 사장에게 송금한 자료 등 정황 증거도 상당부분 확보했다.
게다가 2만 유로의 전달 시점으로 봐도, '전무직 유지 대가'일 것이라는 당시 검찰의 의심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007년 8월 이씨는 학력 위조 파문에 휘말렸으나 계속 자리를 지켰다. 2007년 3월 이후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다른 임원들이 1년 단위로 바뀔 때에도 이씨는 검찰의 내사 착수 직전까지 전무직을 유지했다. 검찰로선 남 사장을 최소한 소환 조사 정도는 할 만한 상황이 됐는데도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사건을 끝낸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남 사장을 비호했던 세력이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고 볼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 및 남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수사를 통해 사실상 남 사장에 대한 '2차 수사'를 진행했으나, 남 사장의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고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구속기소로 마무리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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