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과 에이스 등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이 집중된 일산 고양터미널 사업은 대출과정에 초보 수준의 규정위반이 반복됐는데도, 9년에 걸쳐 6,100억원의 불법 대출이 이뤄지는 동안 저축은행은 물론 감독기관이 이를 한번도 적발하지 않아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위법사례는 시행사 대주주가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저축은행이 자기자본의 20% 이상은 한 법인이나 개인에게 대출해 줄 수 없는 규정)를 피하기 위해 수십개의 특수목적법인(SPC)과 특수관계인을 내세운 수법이다. 22일 한국일보가 고양터미널 사업 시행사인 종합터미널고양㈜의 올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제일ㆍ제일2ㆍ에이스저축은행은 2002년부터 모두 34회에 걸쳐 시행사에 2,300억여원을 대출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자(차입명의자)가 시행사를 비롯해 지비지니스, 지비콘설턴트 등 20여개 법인과 3명의 개인으로 분산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모두 대주주에게 대출이 집중된 것이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시행사를 제외하고 이들 법인과 개인이 저축은행을 통해 빌린 대출금은 1,500억원에 달한다. 종합터미널고양의 지분은 개인 3명이 나눠 보유 중인데, 이 중 1명이 지비지니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데다 나머지 2명과 함께 지비콘설턴트 지분 60%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돼 저축은행과 감독 당국이 이들 대주주의 신분위장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행사가 보유한 계열사와 새로 만든 SPC, 특수관계로 엮인 개인은 별 어려움 없이 불법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더욱이 불법 대출 규모가 6,1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 시행사가 숨겨둔 SPC는 드러난 것보다 더 많다는 게 금융권의 예측이다.
게다가 시행사 소유인 지비지니스는 다른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면서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142억원을 대출 받았으며, 영업정지 된 대영저축은행에서도 20억원을 차입했다. 에이스가 대출해 준 그 사업장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드러나 자산관리공사에 매각됐다. 지비지니스는 이밖에 인성ㆍ새누리ㆍ신안ㆍ삼성저축은행 등에서 160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비콘설턴트도 솔로몬ㆍ경기솔로몬저축은행에서 170억원을 빌려 또 다른 법인에 다시 대출해줬다.
특히 고양터미널 사업 시행사에 대한 저축은행의 대출은 2002년부터 시작됐고, 2005년 무렵부터 동일차주 대출 위반이 반복적으로 이뤄줬는데도 이 기간 금융감독원은 '눈 뜬 장님'이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작년에도 2주 동안 검사를 했으나 기간이 짧아 부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90억원을 투자하고, 김종창 전 금감원장과 밀접한 관계였던 아시아신탁이 고양터미널 사업을 관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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