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감옥에서 배운 인명구조술, 동료 살렸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감옥에서 배운 인명구조술, 동료 살렸다

입력
2011.09.22 12:01
0 0

21일(이하 한국시간) 스톡홀름 인근 푸루달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린 스웨덴 아이스하키 3부리그 경기 도중 IFK 오레 팀의 마커스 벵트손은 상대의 강력한 보디 체킹을 받고 빙판에 나가 떨어졌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벵트손은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순간 같은 팀의 동료 마이크 댄튼(30)이 달려와 벵트손의 입을 벌리고 손을 밀어 넣었다. 경련을 일으킨 환자가 자신의 혀를 물고 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벵트손은 댄튼의 응급 조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살해 모의가 발각돼 5년간 청춘을 감옥에서 보냈던 댄튼이 죽어가는 동료를 살렸다. 수감 생활 도중 배운 인명 구조술이 소중한 생명을 구하게 했다. 댄튼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에서 활약하던 2004년 4월 살인 교사 혐의로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아 5년간 복역했다. 댄튼은 자신의 에이전트 데이비드 프로스트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수감됐지만 이후 의절한 부친이 목표였다고 실토해 충격을 줬다.

댄튼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는 교도소 내에서 자살을 시도할 정도의 절망감에 시달렸다. NHL에 모든 것을 걸었던 댄튼에게 5년간의 공백이란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댄튼은 수감 생활 도중 새롭게 인생에 눈을 떴다. 성공을 목표로 맹목적으로 달리며 알지 못했던 소중한 삶의 가치를 교도소에서 깨달은 것.

댄튼은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내가 누리는 여러 가지에 대해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자살 시도에 실패한 후 가치관이 바뀌기 시작했다. 인생의 작은 것들에 대해 고마워하며 살겠다고 내 자신과 약속했다"며 수감 생활이 '인생 역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댄튼은 인생을 새롭게 설계했다. 먼저 10대 시절부터 NHL을 목표로 달려오며 소홀히 했던 공부를 새롭게 시작했다. 동료의 생명을 구한 응급 조치법도 형무소에서 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을 따며 익힌 것이다. 2009년 출소 후 교도소에서 시작한 공부를 마치기 위해 세인트 메리 대학에 편입했고 심리학과 범죄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꿈도 버리지 않았다. 그는 NHL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구 450명에 불과한 스웨덴 시골 마을에서 선수 생활을 재개한 까닭이다. 그러나 목표는 과거와 다르다. 그는 "골을 넣는 것이나 챔피언에 오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라커룸에서 나누는 농담, 동료들과 훈련을 함께하며 나누는 웃음 등 믿을 수 있는 동료들과 매일을 함께 보내는 것이 아이스하키를 하며 얻는 최고의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환골탈태'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댄튼이 NHL 무대에 다시 서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