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산규모는 경제 성장과 맞물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금융시장 역시 질과 양 모든 면에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2010년4월~2011년3월) 증권가의 주식과 채권, 펀드, 선물 등 각종 금융투자상품 거래는 2경2,378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172조8,034억원의 19배가 넘는다. 채권이 4,130조원, 주식 거래가 3,875조원이다. 주식워런트증권(ELW)과 파생결합증권(ELSㆍDLS) 거래액은 434조원이었으며 펀드는 94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개인의 부채를 제외한 순금융자산 규모는 1,200조원 가량인데 이 가운데 37%를 전체 인구의 0.3%가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의 집중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을 가진 부자가 14만명에 이를 정도로 금융자산 부유층의 볼륨도 늘어났다. 이는 2005년 8만6,700명에서 5년 만에 62% 늘어난 것이다. 특히 30억원 이상의 '슈퍼 리치'들은 2만명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기관이 통상적으로 프라이빗뱅킹(PB) 고객으로 분류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이 자산총액도 총 4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금융자산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가계 재산은 여전히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치중돼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 대비 가계 금융자산 비중은 21.4%에 불과했다. 즉 가계 자산의 80% 가까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묶여 있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 비중은 각각 67.1%와 60.5%를 기록했다. 그만큼 한국 국민들은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빠른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선진국처럼 현금화가 쉬운 금융자산, 그것도 예금ㆍ적금이 아닌 금융투자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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