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과 조선기자재 제작사인 SLS 그룹 이국철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10년 가까이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회장은 처음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이같이 주장한 후 잇따른 언론 접촉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인사의 소개로 신 전 차관을 만난 이후 2006년10월 신 전 차관이 기자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다달이 300만~1,000만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2007년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조직인 '안국포럼'에서 활동할 때는 수시로 3,000만~1억원을 지원했고, 이 대통령이 당선돼 신 전 차관이 대통령 당선자 정무ㆍ기획 1팀장으로 지낼 때나 문화부 차관 재직 시절에도 현금이나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월 1,000만~5,000만원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신 전 차관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이 수사해 실상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주장이 이처럼 크게 엇갈리고 있어 의혹의 진위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저축은행 로비 의혹과 관련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어 권력 주변의 도덕 불감증을 거듭 확인하는 셈이 된다. 야당은 이미 이 회장의 주장을 기정사실화, 본격적 '권력 비리' 공세에 나설 채비다.
이 회장은 분식회계 및 뇌물 제공 혐의로 2009년 12월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 이후 자신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 주도의 기획수사라고 주장해 왔다. 2009년 매출액 1조1,000억원 규모로까지 성장했던 SLS그룹이 검찰 수사 이후 사실상 와해됐다는 점에서 청와대에 대한 그의 원망의 깊이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회장 주장의 진위를 밝힐 검찰의 즉각적 수사가 필요하다. 소극적 자세를 보이다가는 이 회장에 대한 그 동안의 수사에서 정ㆍ관계 로비 흔적을 포착하고도 묻어두고 넘어갔다는 의심까지 더해질 것임을 검찰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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