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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형제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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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형제 논란 재점화

입력
2011.09.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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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미 대통령까지 나서서 구명 운동을 했던 흑인 사형수 트로이 데이비스(43)에 대한 형이 21일 미 조지아주 교도소에서 집행됐다. 22년 전 경찰관 마크 맥페일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데이비스는 복역 중 4차례나 형 집행이 연기됐다. 재판 중 목격자들 대부분이 진술을 번복한데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교황 베네딕토 16세까지 구명 운동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의 사형은 마지막까지 미뤄졌다. 20일 새벽 가석방위원회가 사면청원을 기각해 21일 오후 7시(현지시간)형 집행이 결정됐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데이비스가 집행정지신청을 내자 집행 연기를 결정, 삶의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2008년에도 그는 형이 집행되기 2시간 전 재판 기회를 부여 받아 삶을 연장한 적이 있다.

교도소 주변에서 사형 반대 시위를 벌이던 700여명은 환호했다. 그러나 2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대법원은 집행정지요청을 기각, 데이비스는 예정된 시간보다 4시간 가량 미뤄진 21일 오후 11시(현지시간) 침대에 묶인 채 독극물 주사를 맞고 생을 마쳤다.

그가 죽는 마지막까지 결백을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데이비스는 교도소장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고 묻자 고개를 들어 맥페일의 가족들을 응시하며 "나는 그를 죽이지 않았다. 나는 그때 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형 집행을 목격한 취재진은 전했다.

데이비스의 사형 소식에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 곳곳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22년 동안 데이비스는 단순한 사형수가 아닌 사형제도와 법정 인종차별에 맞서는 투쟁의 상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외무부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면을 청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래리 콕스 국제사면위원회 위원장은 "결백의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을 사형시킴으로써 미국의 정의가 중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이번 일로 미국이 사형제도에서 돌아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 인권청 마르쿠스 로에닝 위원 역시 "사형은 돌이킬 수 있거나 보상해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사형 제도의 오류를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데이비스를 포함, 총 35명의 사형수에 대한 집행이 이뤄졌다. 미국의 50개 주 중 34개 주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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