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인 강호동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종편으로의 이전을 위해 기존 인기 프로그램 사퇴 파문을 일으킨 강씨는 수억원을 탈세한 혐의가 드러나자 전격적으로 방송 은퇴를 선언, 동정론을 일으키는 일대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에 토지 2만여 ㎡를 사들인 사실이 밝혀져 또 다시 비난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강씨가 매입한 땅 주변은 리조트와 스키장 조성으로 지가가 급등한 곳이다. 씨름에서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도 날쌘돌이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강원도 평창 인근에 땅 투자를 한 예는 강호동뿐이 아니다. 부동산 전문포털인 부동산써브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강원 평창의 토지 거래량을 매입자 거주지별로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외 거주자가 매입한 땅은 9만9,867필지로 전체 거래 비율의 73%를 차지한다.
특히 평창이 처음 동계올림픽 개최를 신청한 2003년 체코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와 2차로 개최를 신청한 2007년 과테말라 IOC총회 사이에 외지인들의 평창 땅 거래가 급증했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사실상 평창군민들의 잔치라기보다는 서울을 비롯한 외지 땅 투기자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정부의 후속 조치다. 국토해양부는 20일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교통망 구축을 위해 제 3차 중기교통시설투자계획안을 발표했다. 요지는 2015년까지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KTX로 연결하고, 광주(경기)와 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를 신설하고, 원주~강릉 복선전철 건설하는 등 5년간 도로 철도 공항 항만에 총 14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146조원 전액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수십 조원이 투입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아직도 논란이 되는 4대강 사업비(약 22조2,0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경기를 하려면 천혜의 삼림지인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중봉을 깎아야 한다. 가리왕산은 국내에서 가장 수목 보호가 잘 보존돼 있는 국가보호림 지역인데다, 각종 멸종위기의 동ㆍ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강원도는 지난번 올림픽 개최를 신청하면서 이 지역에 스키 활강 경기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환경단체들이 반대하는 게 이해가 된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17년 전인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는 한국일보를 대표해 노르웨이 오플란주에 있는 릴레함메르에서 올림픽을 취재했다. 당시 한국 기자단들이 느낀 것은 '조직위가 경기장과 접근 도로 등 주변 인프라에 투자를 안하고 대회를 치른다'는 것이었다. 자연을 거의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경기를 치르다보니 경기장을 찾아가는 길이 너무 험해 모두 불평이 대단했다.
선수촌과 기자단 숙소는 나무 등으로 임시 숙소로 만들어졌었다. 메인프레스센터의 포크와 나이프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올림픽은 너무도 훌륭하게 치러졌다. 올림픽조직위의 자연 사랑에 대한 철학을 이해하고는 그 누구도 시설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당시 올림픽조직위의 한 관계자의 말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는 "당신이 내년 이곳을 다시 찾는다면 여기가 올림픽을 치른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연에 대한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방증이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창동계올림픽이 땅 투기꾼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한다.
송영웅 사회부 차장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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