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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장고 끝에 버린 카드, 에이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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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장고 끝에 버린 카드, 에이스였나

입력
2011.09.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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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그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2008년 9월 이후 그라운드에 나선 시간이 10분이 채 돼지 않는다. 부상이 하도 잦아 '유리 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훈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건재를 알리려 애썼다. 여름 이적 시장 막판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 입단했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주를 이뤘다. 전력 강화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맨시티의 '도박성 투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모두를 비웃듯 그는 맨시티 데뷔전에서 멋진 골을 터트리며 재기를 알렸다.

불운한 미드필더 오웬 하그리브스(30ㆍ맨시티)의 이야기다. 하그리브스는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에트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버밍엄시티와의 2011~12 칼링컵 32강전 홈 경기에 선발 출전, 통렬한 중거리포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는 활약으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하그리스브스가 잉글랜드 1군 경기에 선발 출전한 것은 맨유 시절인 2008년 9월 첼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이후 처음이다. 골을 터트린 것은 같은 해 4월 아스널과의 EPL 경기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그러나 그는 버밍엄시티전에서 3년간의 공백이 무색한 맹활약을 보였다. 영국 공영 방송 BBC 인터넷 사이트는 "맨시티의 주전뿐 아니라 잉글랜드 대표팀 발탁도 멀지 않았음을 확인시켰다"고 극찬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하그리브스는 후반 12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54차례의 패스를 성공시키며 '컨트롤 타워' 역을 완벽히 해냈다.

하그리브스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축구 선수로 성장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모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특히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의 붙박이 야전 사령관으로 활약하며 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이후 잇단 부상으로 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2006년 9월 다리 골절상으로 4개월간 휴업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근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출전을 강행한 결과 양쪽 무릎 연골이 엉망이 됐다.

거듭된 수술 끝에 2010년 11월 복귀전에 나섰지만 6분 만에 절뚝거리며 벤치로 물러났고 맨유는 그에 대한 희망을 접었다.

맨유와 맨시티는 올 시즌 EPL의 양대 강자로 꼽힌다. 하그리스브가 건강한 몸으로 전성기의 기량을 보인다면 맨유는 공들여 재활시킨 보석을 라이벌에 거저 준 꼴이 된다. 박지성의 무릎을 치료하기도 했던 세계적 명의 리처드 스테드먼 박사는 지난해 하그리스브스의 무릎이 완치됐다고 장담했지만 맨유는 이를 믿지 않았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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