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배달되어 왔다. 그것도 50개나 되는 섬이다. 섬의 보따리를 펼치자 책갈피 속에 담아 보내준 파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진다. 섬을 지키는 사람들의 억센 '삶'이 바다 위의 윤슬처럼 어른어른 비친다. 경남의 섬은 통영, 거제에 다 있는 줄 알았는데 고성, 사천, 남해, 하동, 창원에도 사람의 섬이 있다니!
놀랍고 반갑다. 고향 바다를 그리워했지만 그 바다 위에 두고 잊고 있었던 연도, 우도, 잠도가 수평선 위로 떠오른다. 섬은 반복되는 일상과 분주한 삶에 지친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리운 섬이다. 오가는 길이 힘이 들어도 찾아가면 늘 그 자리에서 휴식처럼 반기는 친구다.
하지만 섬이 섬으로만 존재한다면 그곳이 사막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섬이 사람을 품고 사는, 사람의 섬에는 그곳에 더운 밥상이 차려지고 노동과 휴식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리. 바다와 사람, 섬과 삶의 무게가 같을 때 섬은 비로소 사람의 섬이 된다는 것이다.
통영 연대도는 무심히 지나쳤던 섬인데 그곳에 안면도 '꽃지'와 같은 명품 일몰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다. 그 일몰에 '마지막 여객선을 포기하며 찍었다'는 설명에 시보다 깊이 마음을 벤다. 일몰 뒤에 혼자 남았을 나그네의 고독을 분명 섬이 다독이며 위로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섬으로 혼자서 떠나고 싶다. 이란 이 선물을 들고서.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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