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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 매니시룩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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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 매니시룩이 돌아왔다

입력
2011.09.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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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젠틀맨이 아니라 '젠틀우먼'이다. 아버지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 품이 넓은 미니멀 재킷에 통 넓은 와이드 팬츠. 그런데 그 은폐하려는 듯 엄격한 직선들 사이로 입은 이의 움직임에 따라 묘하게 유려한 선이 흐른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로지르며 성별의 구분을 농락하는 매니시룩의 중성적 아름다움이다.

수년째 복고 바람이 불고 있는 패션계에 강력한 매니시룩 전선이 형성됐다. 가을 겨울을 겨냥한 세계 유명 패션쇼들은 하나 같이 파워풀한 여성 모델들이 매끈하게 수트를 빼입거나 장식적 요소를 거의 없앤 클래식 재킷을 선보이며 남성 컬렉션보다 더 남성답고, 여느 젠틀맨보다 더 젠틀한 룩을 연출했다.

노영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2011년 추동시즌 여성복은 복고 무드가 강세로, 특히 1940년대와 70년대 복고풍이 새로운 매니시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아이템은 새틴과 벨벳 소재의 옷깃(라펠)이 달린 턱시도 재킷,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 그리고 직선적인 실루엣의 트렌치 코트와 케이프. 가을의 '젠틀우먼'으로 변신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직각의 아름다움… 오버사이즈 재킷의 귀환

잘록한 허리 라인에 날렵하게 몸을 감쌌던 지난 시절의 재킷들은 잠시 옷장 속에 감금해둬야겠다. 직각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박스형 오버사이즈 재킷이 올 추동복의 대세이기 때문. 헐렁하고 각진 재킷들이 남성적 투박함 속에 직선의 오묘한 섹시함을 드러낸다.

여성복 브랜드 제인송의 송자인 디자이너는 "패션쇼의 런웨이에서 볼 때는 다소 생소하지만 일하는 현대 여성들이 입기 좋은 가장 실용적인 패션이 바로 매니시룩"이라며 "캐주얼하게 연출하면 오히려 여성스러운 곡선이 나오기 때문에 중성적인 매력을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니시룩의 대표 아이템인 재킷은 기존 여성 재킷에 비해 허리 라인이 잡혀 있지 않고 어깨선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복고풍의 영향으로 검정과 회색 등의 무채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상까지 겸비하고 있어 훨씬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미니멀한 스타일의 재킷으로 보수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주는 클래식룩을 선보였다. 셔츠 대신 목을 감싸는 블라우스와 어깨가 넓은 재킷, 가죽 재킷을 매치, 빈틈 없고 강인한 도시 여성의 면모를 강조한다. 70년대 매니시룩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와이드 팬츠로 구성된 수트는 빨강이나 초록 등 비비드한 색상을 선택하면 강렬하면서도 편안하게 입기 좋은 스타일이 완성된다.

반면 셀린느는 자칫 완고해 보일 수 있는 재킷과 코트의 디자인에 소매에 가죽을 덧대거나 패치워크 요소를 가미한 디자인으로 남성성을 중화했다.

한 벌로 갖춰 입는 수트가 매니시한 느낌을 더 강하게 풍기기는 하지만 사실 일상에선 매일 그렇게 갖춰 입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 이럴 땐 남성적 감각이 살짝 가미된 재킷에만 포인트를 줘도 좋다. 디자이너 셀렉트샵 '프론트로우'의 이현정 마케팅팀 과장은 "아래로 뚝 떨어지는 듯한 박스형 재킷은 정장과 캐주얼 어디에든 쉽게 매치할 수 있기 때문에 20,3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배색이 들어간 옷깃과 더블 버튼 식의 여성적 재킷은 자신감 넘치고 센스 있어 보여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구두도 매니시 스타일이 대거 선보이고 있다. 여성 슈즈 브랜드 지니킴이 선보인 매니시 슈즈는 남성의 전유물이던 옥스퍼드 윙탑(코 부분을 날개 모양 가죽으로 덧댄 디자인) 슈즈를 여성의 발에 맞게 재디자인했다. 미니멀한 매니시룩을 더욱 매끈하게 마무리해주는 깔끔한 디자인의 앵클부츠도 와이드 팬츠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하이 웨이스트 와이드 팬츠로 도도하게

신체의 남반구에 포인트를 줘 매니시한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단연 와이드 팬츠가 최고다. 이번 시즌에는 허리선이 높아지고 허리에 주름을 넣은 다양한 소재의 와이드 팬츠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드레스를 연상시킬 정도의 드넓은 바지통과 가벼운 소재로 남성미와 여성미를 넘나드는 게 특징. 허리선도 기존 와이드 팬츠보다 훨씬 높아 가슴선 바로 밑까지 올라오는 하이 웨이스트 스타일이 눈에 많이 띈다. 신발을 가릴 정도로 기장이 길어 몸매가 늘씬해 보이고, 도도해 보이는 매력이 있다.

다만 이런 와이드 팬츠를 입을 때는 상의가 몸에 착 달라붙는 스타일이어야 포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이 웨이스트 와이드 팬츠는 튼실한 허벅지와 종아리에 자유를 허하는 대신 아랫배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트렌치코트도 케이프도 매니시하게

김연아의 영향일까. 평창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 입고 나와 화제를 일으켰던 김연아 '더반 패션'의 키워드 케이프(소매 없는 망토 스타일 상의)가 재킷과 코트들을 점령한 것도 올 추동복 패션의 특징이다. 트렌치코트들은 두세 개에 하나 꼴로 케이프를 두르고 있고, 케이프 재킷은 물론 원피스에도 뗐다 붙일 수 있는 케이프가 둘러져 있을 정도.

케이프는 1730년대 서양 남성들이 코트 위에 검정 벨벳 소재로 둘러 입으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어깨부터 풍성하게 늘어뜨려 입는 케이프는 이후 그 장식적 효과로 인해 여성복에 도입돼 계절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번 시즌 케이프는 풍성하고 화려한 여성적 스타일보다는 선이 딱딱 끊어지는 매니시한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김연아 케이프를 선보인 제일모직 구호의 '투 웨이 케이프 코트'가 대표적. 보온성 높은 울 소재에 부드러운 감촉의 캐시미어를 더한 혼방소재로 롱 베스트에 케이프를 겹쳐 코트로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간절기에는 베스트로, 겨울에는 코트로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매니시하면서도 간결한 우아미가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트렌치 코트도 허리가 들어가고 길이가 짧은 미니 트렌치 코트가 사랑 받았던 지난해와 달리 매니시 룩의 영향으로 직선적인 실루엣에 무릎을 넘는 길이의 트렌치 코트가 많다. 노 연구원은 "매니시 룩은 여성스러운 실키 블라우스와 함께 입어 글래머러스하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라며 "검정, 갈색, 회색을 기본으로 해 강렬한 빨강이나 보라색으로 액센트를 주면 섹시한 여성스러움을 함께 표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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