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제2차 비핵화 회담을 열어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이 맞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후속 6자회담 재개 협상의 몫은 조만간 평양에서 개최될 북미대화로 넘어갈 전망이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이날 베이징 시내 장안클럽에서 오전과 오후 모두 4시간가량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벌인데 이어 만찬을 함께 하면서도 회담을 이어갔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사전조치를 요구하는 남측과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열자고 주장하는 북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리 부상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오늘 북남 쌍방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건설적이고 유익한 대화를 했다"면서 "우리는 이번 회담 결과에 토대해 앞으로 6자회담을 전제조건 없이 빨리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 본부장은 "핵 문제 전반에 대해 대화했다"면서 " 이런 대화 자체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앞으로 이런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핵과 장거리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등을 일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북측은 조속한 6자회담 재개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면서 회담이 난항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남북대화 수순이 이뤄지게 됨에 따라 북한과 미국은 지난 7월 뉴욕 북미대화에 이은 후속 대화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달 중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형식의 후속 북미대화가 있을 수 있다. 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회담이 진전된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은 미국을 중요한 대화 파트너로 삼으려는 북한 측의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더라도 미국과의 양자 접촉에서 약속하는 것이 경제제재 해제와 체제안전 보장 등을 이끌어내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은 북미 고위급대화로 가는 워밍업 차원에서 우리와 접촉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6자회담 사전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 대해 "남북이 직접 만나 충분히 대화한 것 자체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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