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발암 등 위해성 논란이 있는 유리섬유 상수도관을 사용하다 중단했다"는 기사(한국일보 9월 21일자 1면)가 보도되자, 수공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리섬유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강변했다.
문제의 유리섬유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가능성 등급 중 3등급으로 분류돼 있는데 '3등급은 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이 없는 등급'이라는 것이 수공 해명의 요지다. 수공은 이 과정에서 유리섬유 생산업체의 주장만 그대로 옮기며 책임회피에 급급해 유리섬유 상수도관을 거친 수돗물을 마셔야만 하는 경기 고양, 전남 담양, 충남 논산, 경남 통영 등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다수 보건 전문가들은 수공의 해명이 IARC의 설명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명확히 이해하려면 IARC의 3등급 정의를 원문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IARC는 홈페이지에 "3등급 물질은 발암성이 없거나 완전히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며,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Group 3 is not a determination of non-carcinogenicity or overall safety. It often means that further research is needed)"라고 명시했다.
다만, 현재까지 관련 연구가 부족해 사람에게 암을 발생시킨다고 확증하기는 불충분한(inadequate) 범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수의 국내 보건 전문가들은 "IARC의 3등급 정의는 발암 등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수공은 'inadequate'라는 단어를 '발암성이 없다'거나 '인체에 무해하다'로 확대 해석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수공이 유리섬유 생산업체들이 IARC의 분류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IARC의 분류는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업체들이 제시한 자료는 안전하다고 입증된 '4등급'을 제외한 채 4개 등급으로 축소해 마치 문제의 '3등급'이 가장 안전한 등급인 것처럼 현혹시킬 우려가 크다.
수공 관계자들에게 백남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의 우려를 전해주고 싶다. "업체들이 현재 연구가 부족한 점을 근거로 인체 무해론을 주장하지만, 과거 발암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아 건축자재로 널리 쓰였던 석면이 결국 극히 위험한 발암물질로 밝혀졌듯이, 유리섬유도 인체에 해를 줄 위험성이 있다. 책임감 있는 공공기관이라면 다수의 건강에 해가 될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물질은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공이 '책임감 있는 공공기관'의 자세를 빨리 회복하기 바란다.
박관규 경제부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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