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양측 대표단은 서로를 대하는 분위기가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회담 내용면으로는 남북이 각자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다가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겉 공기만 좋았을 뿐 알맹이 없는 회담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회담이 열린 중국 베이징(北京)의 동성구(東城區) 장안클럽에서 우리측 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측 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만나자마자 반갑게 안부를 물은 뒤 "이번 회담에서 좋은 결실을 맺자"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1차 협상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란 점에서 양측이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이 흘러 나오기도 했다.
양측 대표단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자유(open-ended)토론 형태로 마라톤 협상을 계속하다 오후 5시15분께 두 차례의 회담을 마쳤다. 회담이 끝난 뒤 양측 모두 "유익한 회담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실질적인 북핵 불능화를 위한 쟁점 사안에서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양측 대표단은 이날 저녁 만찬을 겸한 회동에서도 재차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협상이 끝난 이후 리 부상은 "건설적이고 유익한 대화를 했다"고 말했고, 위 본부장도 "서로 유익하고 좋은 대화였으며 이런 대화를 지속해나가면 비핵화의 진전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 측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북측은 우리가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듯 했으나 해명이 됐고, 그랜드바겐(일괄 타결)에 대해서도 1차 발리 회담 때보다 이해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측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북측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에 대해서도 잠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은 6명, 북측에서는 최선희 차석대표(외무성 부국장)등 여성 2명을 포함해 5명이 참석했다.
회담이 열린 장안클럽은 톈안먼(天安門)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 지도층에서 자주 이용하는 회원제 클럽이다. 우리측은 당초 여러 장소를 사전 예약해두고 외부인 출입을 막기에 용이한 이곳을 회담 장소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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