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B고 1학년 A양(17)은 같은 학교 학생을 반복적으로 폭행하다 올해 교내봉사를 4번이나 받았다. 봉사내용은 풀 뽑기, 껌 떼기, 화장실 청소 등. A양은 교사로부터 "너는 사회에서 필요 없는 애다", "가르치기도 귀찮으니 청소나 해라"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상담이나 치료는 한번도 없었다. 방황을 일삼던 A양은 또 다시 폭력을 휘두르다 경찰로 넘겨진 이후에야 법원의 명령으로 청소년전문기관에서 처음 상담교육을 받게 됐다.
학교폭력 가해자 대부분이 제대로 된 사후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춘진(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2008~2010년 학교폭력 심의건수 조치'자료를 한국일보가 분석한 결과, 가해학생 사후조치는 교내봉사가 2008년 45%, 2009년 40%, 2010년 36%로 3년 내내 가장 많았다. 두번째로 많은 사후조치도 사회봉사여서 매년 10명 중 6명이 '벌'로 봉사활동을 했다. 반면 전문기관의 학교폭력예방교육, 심리치료 등 특별교육을 받은 학생은 3년간 각각 10%, 15%, 18%에 불과했다. 소위 빵 셔틀, 사이버 왕따 등 날로 교묘하게 진화하는 집단따돌림 가해자에 대한 조치 역시 40%가 교내봉사였고 특별교육은 11%(2010년 기준)만 받았다.
더구나 가해학생의 상당수는 심의에 회부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전국의 초중고 학교폭력 가해학생 3,560명을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가해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학생이 41%나 됐고, 학교 처벌(4.1%)이나 경찰 조사(1.5%)를 받은 경우는 100명 중 5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사후조치가 미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유명무실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꼽힌다. 2004년부터 가동된 자치위는 폭력이 발생했을 때 분쟁을 조정하고 처벌수위를 정하는 학내 기구다. 위원장인 교장이 5~10명의 위원을 위촉하도록 돼있는데 주로 내부인사로만 채우다 보니 학교 평판을 우려해 교내봉사로 때우려는 분위기다. 교과부는 5월 자치위 과반수를 학부모로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을 개정했지만, 전문기관교육은 여전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만 받도록 하고 있다.
특별교육 예산도 문제다. 각 교육청이 이수기관에 교육을 위탁해 학생 1명이 한번 상담(하루 6시간 기준)을 받을 때마다 1만원을 지원하는데 전문인력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기엔 턱없이 낮은 비용이라는 것. 김승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SOS지원단 위기상담팀장은 "적은 예산을 지원받는 교육기관들은 소수의 학생만 받을 수밖에 없고, 교육을 의뢰했던 학교조차 일정이 안 맞아 교내봉사로 바꾸곤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풀 뽑기 등으로 가해학생들이 행동이 개선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학생들이 분노만 쌓여 다시 가해행동을 반복하다 결국 자퇴, 전학 등 처분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이들을 보듬어줄 상담 및 치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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