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특징은 한마디로 '다단계'다.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는 절차 외에 당 안팎을 아우른 후보 단일화 과정이 덧붙여져 본선 진출 후보가 가려지게 됐기 때문이다.
21일 현재 서울시장 후보로 도전장을 던졌거나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여야를 통틀어 10명 가량 된다. 한나라당에선 나경원 김충환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천정배 박영선 추미애 신계륜 후보 간에 치열한 경선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최규엽씨를 후보로 내보낼 예정이다. 자유선진당은 박선영 의원을 후보로 내보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기성 정당의 후보들이고 이밖에 장외 후보들이 따로 있다.
장외 여권에선 '범보수시민단체 후보'로 추대된 이석연 변호사가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고, 장외 야권에선 박원순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해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한나라당(내달4일)과 민주당(25일) 등 각 당의 경선 절차가 마무리되면 1차적으로 서울시장을 꿈꾸는 후보들은 4, 5명으로 압축된다. 여권에선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과 이석연 변호사가, 야권에선 25일 경선에서 승리하는 민주당의 한 후보와 박원순 변호사가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자유선진당과 민노당 후보가 더해질 수 있다.
이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압축 과정이 진행된다. 여권 혹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이다. 구체적인 단일화 일정이나 방식은 정해진 게 없다. 다만 야권은 "후보등록일(6,7일)이전에 절차를 밟자"는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하지만 여권은 그런 합의도 없다. 한 여당 당직자는"여권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으니 각자 후보 등록을 한 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어느 한 쪽이 포기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경위야 어찌됐든 순차 압축 과정을 밟는 과정에 여야 모두 이런저런 뒷말이 나올 것 같다. 한나라당 내 친이계 모임인 '민생토론방'의 이날 회동에서 김영우 의원은 "가만히 있으면 우군이 될 사람을 건드려 각을 세웠다"고 지도부를 비판했고, 안형환 의원은 '보수 분열 책임론'을 거론했다. 민주당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 자칫 민주당이 서울시장후보조차 내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기성 정치권에게 다단계 후보 선출 과정은 정당정치 위기가 불러온 유쾌하지 못한 신풍속도인 셈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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