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그룹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이 대폭 강화된다. 지난 6월 인사ㆍ감사팀장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이번엔 미래전략실 차장직을 부활했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에서 이 같은 미래전략실의 인적ㆍ조직 개편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기강 누수현상을 바로잡고 이 회장의 친정체제를 한층 굳건히 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21일 미래전략실 차장직에 장충기(57)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을 임명했다. 미래전략실 차장은 김순택 현 실장(부회장)을 보좌하는 자리. 이 회장은 지난 20일 미래전략실 소속 팀장들과 점심을 같이 하며 미래전략실 차장 자리의 부활을 지시하며 장 사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87년 삼성물산에 입사, 주요 경력을 비서실(현 전략기획실)에서 보냈다.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아 왔다. 장 사장의 차장 기용으로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인용 부사장이 맡게 된다.
삼성 측은 "회장 관련 업무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일 뿐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회장 경영복귀 이후 이뤄진 일련의 행보를 감안할 때, 차장직 신설은 미래전략실에 의한 '컨트롤타워기능'강화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는 게 삼성 주변의 반응이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서초사옥으로 출근을 시작한 이후, 그룹 전반의 기강문제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결과 전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정이 전개됐고, 삼성테크윈 삼성카드에선 최고경영자 및 최고재무책임자가 옷을 벗게 됐다. 주력 삼성전자에서도 사장급 사업부장이 경영책임을 지고 경질됐으며, 그룹 핵심보직인 미래전략실 인사팀장과 감사팀장까지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회장은 그룹 전체를 다시 한번 확실하게 다잡을 필요를 느꼈으며, 결국 미래전략실 체제를 강화ㆍ정비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미래전략실 차장직이 처음 생긴 자리는 아니다. 미래전략실은 2008년4월 특검 사태로 해체되기 전까지 이학수 실장-김인주 차장 체제로 운영됐다. 3년5개월만의 부활인 셈이다.
하지만 현 '김순택-장충기'라인업은 과거 '이학수-김인주'체제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를 것이란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학수 전 실장과 김인주 전 차장이 어차피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만큼 현 김 실장과 장 차장의 역할은 예전과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친정 체제에 나선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고 후계작업을 연착륙시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 실장과 장 차장 모두 비(非)재무라인 출신이란 점도 과거(이학수-김인주)와는 다른 점이라고 삼성관계자는 전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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