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검찰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끝내 교육감직을 사퇴하지 않음으로써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면 지난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돌려받은 선거보전비용 35억원을 토해내야 하게 됐다. 곽 교육감으로선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건곤일척의 모험을 건 셈이다. 그의 승부수는 과연 통할까.
검찰은 이미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상한 듯 곽 교육감의 '선의(善意)의 지급' 주장의 허구성과 구속수사가 불가피했던 이유를 강조하면서 기선제압에 나섰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금품 관련 선거사범 중 유례가 없을 정도의 거액을 제공해 후보자를 매수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십만원의 금전 지급만으로도 구속기소돼 온 전례에 비춰볼 때 곽 교육감은 중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곽 교육감이 선거 당시 2위를 차지했던 이원희 후보와 불과 1.1%포인트 차이로 당선됐기 때문에 후보 매수 행위가 없었으면 당선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곽 교육감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제3자를 통해 현금을 전달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곽 교육감은 올 4월6일 부산에 거주하는 둘째 처형 정모씨로부터 5,000만원을 항공편으로 전달 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씨의 딸이 5만원권 지폐 1,000장을 지니고 김포공항에 도착해 곽 교육감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달 초 곽 교육감의 집 압수수색 당시 컴퓨터 본체는 없이 모니터만 남아있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후보 단일화 대가로 관직 제공을 약속한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 선례를 남기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정책자문기구 부위원장직을 주기로 박 교수에게 약속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나 정책연대를 협의하면서 '자리'를 약속하는 정치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검찰이 정치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과거 DJP 연합 때처럼 공직 후보자를 낸 두 정당이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각각 공직을 나누기로 약속했을 경우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곽 교육감 측은 과거 처벌 전례가 거의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은 "DJP 연합도 당시에 문제 삼았으면 법적으로 처벌 가능했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재판과정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5월19일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 직전 양측 실무자들이 경제적 지원과 관직 제공을 약속하고 곽 교육감과 박 교수에게 각각 보고해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가 끝난 후 한참 지나서야 합의 사실을 알았다는 곽 교육감의 주장과 배치된다. 양측 주장이 팽팽한 만큼 박 교수에 대한 금전제공 약속을 곽 교육감이 언제 인지했는지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곽 교육감은 앞서 이달 9일 열린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문을 통해 '긴급부조'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선의 지급 주장을 거듭 확인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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