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가혹행위로 논란이 됐던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또다른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은 가혹행위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 사건을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1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임모(27)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양천서 강력 1팀 형사 3명은 임씨에게 강도강간 혐의를 자백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했다. 이들은 임씨를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서울 신정동 모 PC방에서 체포한 뒤 경찰 승합차에 태워 조용한 골목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임씨에게 "왜 체포됐는지 아느냐"고 물었고, 임씨가 "모른다"고 답하자 형사 2명이 임씨에게 '날개 꺾기' 고문을 했다는 것이다.
날개 꺾기는 등 뒤로 단단하게 수갑이 채워진 팔을 위로 들어 올려 수갑을 찬 사람의 머리와 상반신이 앞으로 쏠리게 하는 가혹행위다. 임씨는 모두 네 차례 날개 꺾기를 당했으며, 상반신이 앞으로 쏠리자 경찰이 발로 엉덩이를 아래로 누르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한다. 경찰은 임씨 손목에 자국이 남지 않도록 재킷을 손목까지 내린 후 그 위로 수갑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양천서 관계자는 "임씨가 인근에서 발생한 비디오방 강도강간범의 인상착의와 유사해 경찰서로 호송하던 중에 추궁했더니 스스로 범행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임씨는 지난해 7월 경찰의 가혹행위를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최근 "가혹행위를 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임씨는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강도강간 혐의가 인정돼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양천서에서는 지난해 3월에도 경찰관 5명이 절도와 마약 소지 등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 6명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사법처리됐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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