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깊어지면서 우리 경제 전망도 점점 악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가 어제 내놓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3.6%는 최근까지 4%대 중반을 제시한 정부 전망치보다 1%포인트나 낮아 새삼 주목된다. 정부는 일촉즉발의 대외변수, 격동의 정치일정, 한반도 긴장고조 위험성 등 향후 불안요인을 감안해 내년도 경제 운용에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3.8%)보다도 낮은 삼성연구소의 비관적 전망은 글로벌 긴축기조에 따라 국내 주요 성장동력이 모두 냉각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주동력인 수출은 올해 20%대 성장에서 11%대로 꺾이고, 보조동력인 내수 역시 고물가와 가계부채 부담 등에 따른 소비 회복 지연과 투자 둔화로 고전이 예상됐다. 예비동력인 정부의 경기부양 역시 재정지출과 금리인하 여력이 소진돼 기대할 게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꼼짝없이 닥쳐올 경기둔화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우선 대외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금융안정화 대책을 더욱 튼튼히 다져야겠다. 특히 최근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락이 국내 해외자금 이탈과 환율 급등으로 이어지는 등 외환 불안요인이 큰 만큼 시장 감시와 외화유동성 확보, 위기 때의 국제 공조체제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거시정책은 중립적 기조로 신중하게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선 내년도 예산편성에선 투자와 복지 등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 요구가 자제돼야 함은 물론, 긴축 기조 속에서도 성장동력이 최대한 가동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던 금리정책도 미세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경기둔화세가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최소한 물가는 금리 인상보다는 지금처럼 미시적 조치를 통해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왕 저성장기를 맞은 만큼 중ㆍ장기적 전략을 갖고 우리 경제체질을 바꿔 나가는 작업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서비스산업 육성은 물론, 과도한 개방 폭을 조정해 대외충격에 취약해진 국내 금융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국내외 상황은 국제적 경기침체기와 국내 대선일정이 겹쳐 극도로 어수선했던 1997년 경제위기 직전 상황과 비슷한 면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총선ㆍ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비상한 인식이 절실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