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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방송통신심의위 무한도전 중징계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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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방송통신심의위 무한도전 중징계 논의

입력
2011.09.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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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심의위원장님, 예능코드 알고나 계신지?"

예능 프로그램을 트집 잡자면 한도 끝도 없다. 저속한 표현, 과도한 고성, 품위 없는 게임 벌칙…. 안 그런 예능 프로그램이 있을까.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예능 대표주자 MBC '무한도전'에 칼을 빼 들었다. 7일 열린 소위원회는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경고'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안건을 올렸다. '경고'는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 제재다.

그런데 이날 회의록을 보면 점잖은 심의위원들이 과연 '무한도전'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예능의 웃음 코드를 아는지 의문이 든다. 문제로 지적된 것은 '대갈리니' '원펀치 파이브 강냉이 거뜬' 등의 표현, 그리고 출연자 하하가 박명수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장면이나 '겁나 좋잖아! 이씨, 왜 뻥쳐, 뻥쟁이들아'라고 고성을 지르는 모습, 가수 정재형이 촬영 중단하라는 의미로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며 깔린 '다이×6'이라는 자막,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장면과 '착 감기는구나' 같은 표현이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담당 부장인 사화경 CP는 이날 방통심의위에 출석해 방송언어와 자막 처리에 더 신경쓰겠다면서도 "반복적인 대화나 행동들은 해당 연기자의 캐릭터 설정에서 큰 역할을 차지한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이 하하가 고성을 지르는 모습 등이 어리광부리며 떼쓰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수긍했을 리 만무하다.

'무한도전'은 평균 이하의 상식을 가진 7명의 출연자를 내세워 친구 같은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공감대를 바탕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고정시청자가 아니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한 애칭이나 듣도 보도 못한 말들을 만들어 내며 좋아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심의위원들은 정확한 의미도 알 수 없는 표현을 자막으로 강조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긴 하나 사실 이 부분이 진짜 문제다. 잘 모른다는 거.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꼰대가 넘쳐나는 사회에 상상력과 창의성이 온존할 수 있겠냐"면서 예능 제작 자율성을 훼손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현재 예능 풍토를 보면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중뿔나게 심각한 수위는 아니다.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고, 미성년자 가수들이 선정적인 노래를 부르며 섹시 댄스를 추는 것은 간과하면서 몇몇 표현에 정색하는 것은 '오버 액션'이다.

최종 제재는 29일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방통심의위가 시사 프로그램 재갈 물리기 등으로 가뜩이나 비판받는 마당에 엉뚱하게 예능 프로그램을 가지고 딴지를 걸면 이런 얘기나 듣지 않을까. "이 빵꾸똥꾸야!" 참, 방통심의위는 2009년 12월 빵꾸똥꾸(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도 경징계인 권고 조치를 내렸다가 "심의위야말로 빵꾸똥꾸"라는 조롱을 받는 등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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