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내 연구실에서 환히 보이는 마산 합포만을 내려다보면 이은상 작사 김동진 작곡의 가곡 '가고파'가 흥얼거려집니다. 요사이 떨어진 기온 탓인지 바다의 색깔이 블루블랙 잉크 빛입니다. 맑은 날씨에 바다와 나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져 팔을 내밀면 펜으로 바다를 잉크처럼 찍어 가을 편지를 쓸 것만 같습니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의 눈빛도 바다처럼 빛이 납니다. 대학이란 큰 그릇에서 숙성되고 성숙되어 취업이란 좁은 문을 두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청춘의 힘을 느낍니다. 내게 시를 배우는 하진이와 유영이는 다음달 22일에 있는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에 1초가 아깝고 밤낮이 없습니다.
당초 20명으로 예상됐던 국어교사 자리가 31명으로 늘어 자신감도 함께 늘어났나 봅니다. 국어교사가 되면 시인이 되어 학생들에게 서정시를 가르치고 싶다는 그들의 꿈이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도와줄까 고민하다 하루에 한 번 휴대폰으로 격려의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나는 최고다'는 주문을 걸어보라고 부탁했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대학졸업반들이 좁은 문을 열기 위해 캠퍼스에서 마지막 가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이 가을이 그들에게 모두 결실의 열매를 맺는 축복이길, 그들의 젊음이 좁은 문을 두드려 활짝 열기를 기도합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