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종단 대표들이 어제 북한에 갔다. 우리 종교계가 한꺼번에 이렇게 북한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우선은 종파를 초월해 한마음으로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염원을 보여준 것이 반갑다. 방문의 목적도 순수하다. 정치적 색깔을 배제하고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남북종교인들이 모임을 갖고, 기도회도 연다.
천안함 사건에 따른 정부의 5ㆍ24조치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그 물꼬를 터준 것 역시 지난 7월 인도적 차원의 대북밀가루 지원과 최근 조계종의 고려대장경 1,000년 기념 조국통일남북합동법회 참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방북 등 종교와 문화예술의 교류이다. 이번 종단대표의 방북이 남북 민간교류의 본격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자연스럽게 풀려면 무엇보다 민간교류부터 활발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자세 변화도 중요하다. 대북정책의 중요한 원칙까지 바꾸라는 게 아니다. 그것은 지켜가되 민간 차원의 대화와 교류, 인도적 차원의 북한 동포 돕기는 적극 지원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다행히 통일부장관이 바뀌면서 그런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7대 종단대표의 방북을 정부가 허용한 것 역시 그 증거의 하나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이런 선의를 악용하면 안 된다. 알다시피 북한에도 종교와 종교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다분히 형식적이고 정치선전적이다. 그나마 가장 활발하다는 불교조차 역사유물적인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이번 종단대표들의 방북도 자칫 우리의 일방적 기대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판단하거나 실망할 일은 아니다. 우리 종교계가 다 함께 그 믿음과 실천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방북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종단대표들의 말처럼 이런 간절한 정성과 힘이 모이면 언젠가는 큰 역사도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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