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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교황… 22일 방문 앞두고 조국 독일서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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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교황… 22일 방문 앞두고 조국 독일서 싸늘한 시선

입력
2011.09.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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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9일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제265대 교황(베네딕토 16세)으로 선출됐을 때 독일인들은 열광했다. 하드리아노 6세(재위 1522~1523년) 이후 482년 만에 탄생한 독일 출신 교황이었기 때문. 몇 달 후 쾰른에서 열린 세계가톨릭청소년대회에 독일인 수십만명이 참가했을 정도로, 당시 베네딕토 16세는 모국에서 팝스타와 같은 인기를 누렸다.

2011년, 상황은 180도 변했다. 취임 이후 처음 바티칸 국가원수 자격으로 22일부터 독일을 공식 방문하는 베네딕토 16세를 보는 모국인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20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교황에게 느꼈던 행복감이 실망과 환멸로 변했다"며 "교황 방문이 독일 가톨릭 내부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을 전혀 치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6년 사이 독일인들이 베네딕토 16세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는 이렇다. 교황은 독일인들이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여성사제 임명이나 동성애, 이슬람과의 관계 등에서 전혀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전임자(요한 바오로 2세)보다 후퇴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게다가 "개신교는 진정한 의미의 교회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고향인 독일 사람들의 화를 돋웠다.

독일이 이민 증가로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변해 가고 있음에도, 바티칸은 이런 문제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교회가 정치와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한 독일인은 8%에 불과했고 작년에만 18만명의 독일인이 가톨릭을 떠났다. 슈피겔은 "교황은 그의 전직이었던 신앙교리성 장관 시절 모습에서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며 "관용을 보여주는 대신 요새 안에 틀어박혀 더 완고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진보 성향 정치인들도 베네딕토 16세의 연방의회 연설에 불참을 선언하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울라 부르차라트 사회민주당(SPD) 의원은 "여성의 권리나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바티칸)의 국가원수가 의회 연설을 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교황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도 여러 건 예정돼 있다.

'신의 충견'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정통교리 수호자로 자처해 온 베네딕토 16세는 나흘 간의 방문 동안 여러 차례 어색한 상황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정상회담 맞상대인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은 가톨릭이 금지하는 이혼 경력이 있는 인물이고, 교황이 만날 다른 정치지도자들도 그의 신념으로 보면 신의 가르침을 저버린 이들이다. 보수 성향 기독교사회당(CSU)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는 혼외자녀가 있고, 같은 당 게르다 하셀펠트 의장은 재혼을 했다.

가장 불편한 일정은 베를린 시장과의 면담이 될 전망이다. 교황은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을 방문해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시장을 만나는데 보베라이트 시장은 공개적으로 성정체성을 밝힌 동성애자다. 교황은 지난해 출간한 저서에서 "동성애는 인간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시련이지만, 결코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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