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위생X. XX년 XX월생. 강남구 서초구 등지에서 활약. 절대 취업 못하게 해야 됨.'
21일 치과의사들이 회원인 인터넷 사이트 '덴트포토'에는 이 같은 내용이 버젓이 올라와있다. 한 여성 치위생사의 신원을 욕설 섞어 공개하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하자고 선동하는 내용이다. 치위생사뿐 아니다. 네트워크의원에서 일하는 의사들 명단을 올리고 출신학교, 졸업연도 등을 공개하는 이른바 '신상털기'가 이뤄지고 있다.
임플란트 시술을 둘러싼 치과 개업의원과 네트워크의원(경영방식과 브랜드를 공유하며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의원) 간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2,3년 전부터 유디치과를 비롯한 네트워크의원이 마케팅 전략으로 반값 임플란트 진료(90만~160만원)를 내걸고 환자들을 대대적으로 유치하면서 시작된 밥그릇 싸움이다. 개원의들이 소속된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는 8월 초 부당한 환자유인알선 행위 등을 이유로 유디치과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유디치과는 치협이 자사 소속 의원들의 광고와 구인활동 등을 부당하게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고소와 비방전에 이어 양측의 감정싸움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 치과의사들이 환자 치아나 잇몸 사진을 올려 임상소견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덴트포토는 네트워크의원에 대한 폭로ㆍ비방의 장으로 변질돼 버렸다. 인신공격의 수준도 도를 넘는다. '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주인이 밥을 주자, 주인에게 꼬리를 치며 맛있게 개밥을 먹네요'라며 네트워크의원에서 일하는 의사, 네트워크의원의 대표원장, 월급을 개, 주인, 개밥으로 폄하하고 있다. 또 다른 글은 '투항 안 한 바지 치마 메뚜기에 대해서는 죽는 날까지 주홍글씨를 달아줘야 한다'고 했다. '투항'은 네트워크의원에서 나오는 것을, '메뚜기'는 이 의원 저 의원 옮겨 다니는 월급의사를, 주홍글씨를 달아야 한다는 말은 치과계에서 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측의 다툼이 이전투구로 변질되면서 환자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치협은 "네트워크의원들이 반값 진료비로 환자들을 끌어들여 질 낮은 진료를 하고 불필요한 치료까지 강권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네트워크의원측은 "일반 치과의 진료비가 오히려 부풀려져 있다"고 맞선다. 하지만 적정 진료비나 진료의 질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얻을 길이 없어 환자들 사이에 안전성에 대한 불안과 진료비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다.
한 네트워크의원 관계자는 "치협이 의사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치협은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올리는 글이지 협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어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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