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업체가 함께 공존하며 발전해야 하는 공생 발전은 이제 지상 명제가 됐다.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돼야 성장의 과실을 전체가 고루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기업들과 민간기업들의 공생발전을 위한 노력이 뜨겁다. 일부 기업들은 동반 성장 전략과 사회 공헌 활동을 두 축으로 공생 발전을 추진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 한국전력공사, 시장개척단 해외 순회… 중소기업 제품 홍보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기산업 시장개척단'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멕시코, 자메이카, 페루에서 전력 기자재분야 수출촉진회를 개최했다. 국산 중소기업 제품을 현지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다. 멕시코시티(멕시코), 킹스턴(자메이카), 리마(페루)에서 열린 이번 수출촉진회에는 멕시코연방전력공사(CFE), 자메이카전력공사(JPS), 페루전력협회(PEA) 소속의 경영진 및 전력분야 기술자들과 구매전문인력 등 700여명이 참석해 활발한 수출상담을 벌였다.
한전은 이번 수출촉진회 기간 중 전력기술 세미나도 함께 열어 국내 전력기술을 현지에 소개해 큰 호응을 받았다. 한전 관계자는 "현지 전력 관계인들의 높은 관심이 국산 전력기자재에 대한 선호도를 끌어 올려 수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9,262만 달러의 수출상담이 이어졌고, 이 가운데 우선 160만 달러는 조만간 계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10월, 11월에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전력기자재 시장을 겨냥해 국내 중소기업들과 함께 수출촉진행사를 연이어 개최할 계획이다. 협력업체들의 수출촉진 등 공생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전은 앞서 인도, 두바이, 케냐 등에서도 다섯 차례 수출촉진회를 개최해 1,325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중소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지원 외에도 한전의 공생발전 추진전략은 두 가지가 더 있다. 우선 중소기업에 필요한 생산자금을 8월 말까지 4,108억 원을 지원했고, 개발선정품 지정제도 활성화와 중소기업제품 우선구매 등을 통해 협력업체들과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전은 지난 1993년 '협력연구개발제도'를 도입해 지난해까지 매년 30여 개의 기술개발 연구과제를 중소기업과 수행한 데 이어 올해에도 신규과제 10건 등 16건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112개 중소업체가 참여해 12개국에서 1,914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거뒀다"며 "올해에도 16개국에서 2,5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 한국가스공사, 中企 자재 우선 구매, 기술 개발 협력펀드도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중소업체 지원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인 '중소기업지원팀'을 만들었다.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한 실천방안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지원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기업 상생경영 협의회' 도 구성해 중소기업 지원확대와 협력증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제품의 구매를 확대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운 액화천연가스(LNG) 주배관 등 대형공사에 원도급자로 참여할 수 하는 '주계약자관리방식'을 올해 3월에 도입했다. 중소기업도 경쟁이 가능한 건설공사를 분리 발주해 중소건설사도 참여할 수 있는 문을 넓힌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 상반기에는 총 구매계획 금액 1조5,394억원 중 20.5%에 해당하는 3,157억원 규모의 구매실적을 올렸다. 공사용 자재를 구매할 때에도 중소업체물품을 사용하도록 120개 품목을 우선 구매 대상으로 지정했다.
중소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연구개발 기술을 중소업체에 이전하기 위해 지난 2월 중소업체 대상으로 천연가스 분야에서 기술개발과제 5개를 공모해 중소업체 5개사를 선정, 약 5억원을 지원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선급금 지급률을 올해부터 30~50%에서 40~70%로 높이고,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거래실태를 조사해 올해 2월 하도급 관리지침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중소기업청과 천연가스 산업분야에서 중소업체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민ㆍ관 공동투자 기술개발사업 협력펀드 조성 협약식'을 개최했다. 다음달에는 중소업체 지원 홈페이지를 선보일 예정이며, 중소업체 동반성장 선언식도 가질 예정이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대기업만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수 없고 중소업체와 함께 가야 한다"며 "중소업체와 상생경영을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사 저리로 융자… 자금난 해소 도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단순 원가 절감을 위한 협력업체 관리를 지양하고 진정한 상생경영을 도모하겠다"
지난해 12월 한수원은 공기업 최초로 동반성장 선포식을 갖고 관련 비전을 제시했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외자 구매 비용을 절감 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가진 우수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만큼 한수원은 동반성장이 곧 한수원의 발전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중소 협력업체가 원전 건설이나 유지 보수에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협력업체들의 성장이 곧 한수원의 성장과 연결돼 있다.
한수원의 주요 동반성장 관련 사업은 크게 인력 및 자금지원, 중소기업과 한수원의 산학연 연구개발, 국내외 판로 확대다. 우선 인력분야에서는 전문가인 이른바 테크노 닥터 및 테크노 멘토를 중소기업에 파견해 경영을 지원하거나 한수원 원자력 교육원에서 전문기술인력을 키우고 있다.
또 자금 지원을 위해 기업은행에 한수원 자금 300억 원을 예치해 놓고 한수원 협력업체에 일반 신용대출대비 최대 1.4% 낮은 이자로 융자해 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공공기관 최초로 2차 협력업체들에게 최대 2.4% 저리로 125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은행과 '동반성장협력대출'협약을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은 삼성전자, 포스코 등도 시행하고 있지만 공기업에서는 최초라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산학연 연구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신제품 개발과 외국산 기자재의 국산화를 위해 2001년 이후 210억 원을 투자해 70개 품목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한수원은 554억원의 구매 비용 및 375억원의 외화를 절감했다.
한수원은 협력업체들의 국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원전의 기전 설비와 정비공사를 분리해 발주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향후 중소업체들과 사원 교류제 시행 등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는 사업을 비롯해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 방안 확대 등 다양한 사업을 적극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 한국토지주택공사, 분리 발주 확대해 동등한 입찰 기회 부여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새로운 조직이 하나 생겼다. '동반성장추진단'으로 이름 붙어진 이 조직의 역할은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조직출범과 함께 LH는 동반성장을 위한 30대 과제를 설정하고 세부 이행지침을 마련했다. 이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사안은 이제까지 중소기업이 직접 입찰하기 어려웠던 각종 LH 발주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LH는 중소기업에 기회의 문을 확대하기 위해 중소 전문 건설업체들을 위한 분리 발주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의 경우 구매실적 대비 중소기업 제품 사용 비율은 4.1%까지 높아졌다. 또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의 6.6%, 여성기업 제품의 3.4% 등의 비율을 기록했으며, 약 1,770억원 가량의 구매가 협력 중소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또 LH는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촉진과 판로지원을 위해 아파트 건설에 들어가는 합성수지 창호의 경우 약 259억원어치의 중소기업 제품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더불어 공사 홈페이지에 '건설기술 홍보방'을 마련해 중소기업이 직접 자사가 개발한 건설기술을 올려 홍보 채널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투명한 입찰제도를 통해, 실력을 갖춘 우수 중소업체들은 LH가 시행하는 사업에서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지송 LH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합성수지나 목재 마루, 타일, 가구류 등과 같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건설자재를 선택할 때는 더 높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며 "외부 자재업체의 청탁을 근절하고 일부 대기업이 저가 응찰로 중소기업의 진입을 막으려 할 때는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등 청렴한 LH 조직 문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내용의 특별 업무지시 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지송 사장은 "LH가 공공부분에서 동반성장 문화 확산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진정한 공생 경영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현대모비스, 연구개발 포럼 열어 새로운 기술·지식 공유
현대기아차 그룹의 주력계열사 현대모비스는 협력사들과 적극적으로 기술 공유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돕고 자금 지원 및 정보와 문화교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생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4월 주최한 '연구개발(R&D) 포럼'은 산업과 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미래 자동차 신기술에 대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는 자리였다. 현대모비스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상생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카이스트(KAIST), 서울대 등 국내 주요 공과대 교수 34명과 협력사 최고기술책임자(CTO) 60여 명을 한자리에 초대해 'R&D 포럼'을 열었다.
특히 이번 포럼은 현대모비스가 미래기술 경쟁력 확보 및 학계 전문가 자문을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기술포럼'과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연구하는 'CTO 포럼'을 공동으로 개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기계공학, 전자부품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자동차부품개발 지식을 중소 협력업체와 공유해 상생협력을 도모 하겠다는 뜻이다.
또 현대모비스는 1차 우수협력업체의 축척된 생산기술비결을 2․3차 협력업체에게 전수하는 '협력사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설비와 제고관리, 품질관리 등 즉시 실현 가능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설명해 효과적으로 적용 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반응이 좋아서 최근 창원과 인천에서 열린 행사에 총 95개사 125명의 협력업체 관계자가 참여했다.
현대모비스는 해외에 동반진출한 협력업체들이 생산하는 부품들의 품질 확보를 위해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중국에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장비를 갖춘 기술시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시험센터는 중국에서 만드는 생산품들이 현지 품질 시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시험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이 곳을 개방해 중소업체들이 전자시험실, 재료시험실, 측정실, 내구시험실, 성능시험실 등 각종 시험실과 140여 종에 이르는 최첨단 시험 장비를 쓸 수 있다.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이번 포럼이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숙제를 좀 더 쉽게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GS그룹, 작년 6600억 지원… 2·3차 협력사도 혜택
이달 2일 강원 춘천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GS그룹 최고경영자 전략회의가 열렸다. 허창수 회장은 이날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을 비롯해 GS리테일, GS샵, GS EPS, GS글로벌, GS건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 등 50여명을 모아 놓고 중소 및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겸하는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GS는 출범 때부터 '존경받는 밸류 넘버원'을 경영이념으로 간직해 왔고 협력업체에 최고 파트너가 될 것임을 선언했다"며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에 더욱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GS그룹은 협력사가 단순 거래상대방이 아닌 함께 공생발전하는 파트너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동반성장 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협력업체의 원활한 자금흐름을 위해 상생펀드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현금결제 비율로 늘리기로 했다. 또 지급기일을 줄이는 등 지급조건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상생펀드 1,800억원, 네트워크론 2,300억원, 직접지원금 2,500억원 등 총 6,600억원을 신규 지원하고, 지원대상도 2, 3차 협력업체로 확대했다.
계열사들도 별도로 동반성장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협력업체의 윤활유 및 폴리프로필렌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을 지원하고, 신사업 추진시 중소기업을 함께 참여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GS리테일은 공동 상품개발 및 판매 지원, 신상품 공동테스트 제도 운영, GS25 경영주 향상 교육 등을 통해 협력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GS샵은 협력회사의 우수상품을 해외에 적극 소개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상품 개발시 디자인을 지원하고 있다.
GS건설도 신기술 공동개발 및 공동특허 출원, 기술경진대회, 기술 워크샵 등을 통해 협력회사의 기술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안전혁신학교 및 차기 CEO 교육 등도 지원하고 있다. GS관계자는 "업종별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특화시켜 나갈 것"이라며"잠재역량을 갖춘 다수의 중소 협력업체들이 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개방적인 협업구조를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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