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화학을 사랑해.'
14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장에서 세계 1위 화학기업 독일 바스프가 내건 기자간담회 주제였다. 화학기업이 모터쇼에서 간담회를 갖는 것도 흔치 않지만, 주제 또한 특이했다. 바스프는 이번 모터쇼에서 독일 자동차기업 다임러와 함께 개발한 친환경 미래형 전기차 '스마트 포비전'을 선보였다.
투명 유기 태양전지, 에너지 절약형 투명 발광다이오드(LED), 100% 플라스틱 휠, 새로운 경량 차체 부품, 적외선 반사 필름 및 코팅 등 5가지 첨단 신기술이 결합된 이 자동차는 세계적 화학기업과 자동차 기업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다임러 그룹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토마스 베버 박사는 "스마트 포비전은 서로 다른 분야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 손잡고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사실 바스프의 첫 번째 짝은 현대차였다. 두 회사는 2008년부터 각각 수 백만 유로의 개발비를 부담하며 공동 개발에 들어갔고,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30가지 신기술이 적용된 친환경 디젤하이브리드 컨셉트카 '아이플로'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바스프 관계자는 "현대차와 협력이 성공한 뒤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공동 개발을 제안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바스프는 도료, 가죽부터 폴리우레탄, 코팅, 연료 첨가제 등 수많은 제품을 자동차 회사에 공급해 오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약 100조원 중 15% 정도를 자동차 업체를 통해 올릴 만큼 자동차는 중요한 분야다.
150년 역사의 화학회사 바스프가 자동차 회사로부터 러브 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스프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선 기술력이다. 바스프는 이날 폴리아미드 복합소재와 다른 신개념의 플라스틱, 태양열 방사선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되도록 해 자동차 내부 온도를 4도 이상 낮춘 코팅 기술 등을 소개했다. 전기차 관련 기술 중 핵심으로 여겨지는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개발도 한창이다. 바스프 관계자는 "5년 동안 소재 개발에 수 억 유로를 쏟아 부을 것"이라며 "미국 오하이오 주에 첨단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데 내년 중반부터 시장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바스프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리튬설파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맞춤형 서비스 또한 자동차 업체들이 바스프를 찾는 요인이다. 비요른 코프스탈 바스프 코디네이터는 "자동차 회사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해결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한 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연비 높고 환경 친화적인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자동차 회사들로서는 차 개발 초기부터 화학회사나 전기전자 회사들과 손 잡고 기술개발을 진행하는 데 적극적이다.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는 아우디와 손잡고 폴리카보네이트를 소재로 한 LED 조명을 A8모델에 적용했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볼보가 각각 LG, 지멘스와 함께 차세대 전기차 개발에 나서기로 같은 한 것도 맥락이다.
프랑크푸르트ㆍ루드빅스하펜(독일)=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