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외 프로축구팀이나 국내 K리그 등에 입단시켜 주겠다며 고교 및 대학 축구선수 부모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에이전트사 대표 정모(40)씨를 구속하고 정씨와 공모한 해외인솔책 황모(41)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해외구단 입단 알선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은 또 다른 에이전트사 대표 이모(45)씨를 지명수배했다. 정씨와 이씨는 회사 설립에 필요한 국제축구협회(FIFA) 자격을 얻지 않은 무자격 에이전트들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직 대학 축구선수 출신인 정씨는 2009년 7월 축구선수 진모(23)씨 부모에게 "아들을 일본 J2 프로팀에 입단시켜주겠다"며 알선료 명목으로 3,200만원을 가로채는 등 피해자 9명으로부터 16차례에 걸쳐 2억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정씨 등은 학부모들에게 FIFA 로고가 새겨진 명함을 나눠주며 "내가 2006년 월드컵 이후 김동진, 이호 선수를 러시아 프로팀에 입단시켰다. J2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관리하고 있다"며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인솔책 황씨는 입단 테스트를 보게 해준다며 선수들과 독일 일본 영국 등을 방문, 현지 아마추어 팀과 경기를 치르게 한 뒤 잠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금액을 돌려달라는 피해자들에게 "신고하면 당신 아들 축구계에서 매장된다. 빌린 돈 이라고 진술해라"는 등 협박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정씨 등의 말만 믿고 휴학 및 자퇴를 한 뒤 결국 6개월 이상 운동을 쉬다가 선수생활을 포기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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