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행지는 저마다 매력이 있다. 도쿄(東京) 등 수도권에서는 세련된 도시 분위기와 식도락을,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나라(奈良)를 묶는 간사이권에서는 전통문화를 각각 즐길 수 있다. 북단 홋카이도(北海道)에서는 광활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이국적인 풍광과 문화를 즐기려면 오키나와(沖繩)가 제격이다. 일본 47개 행정구역 중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는 일본 규슈(九州)와 대만 사이 1,000㎞ 일대에 흩어진 섬 전체를 아우르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섬의 이름이기도 하다.
태평양 섬 오키나와의 매력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은 자연과, 한때 해상무역으로 이름을 높인 류큐(琉球)왕국의 화려한 문화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기자기한 상품이 가득한 쇼핑거리와 식도락 문화도 즐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오키나와 최고의 바다 색깔은 리조트 체인 클럽메드가 위치한 이시가키(石垣)섬과 미야코(宮古)섬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본섬에서 항공편으로 다시 1시간 이상 비행해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본섬 북서해안 온나손에서 나고시로 이어지는 해변도 멋지다. 산호해변으로 착각할 만큼 곱고 하얀 백사장이 있고 투명한 바다 속에서 형형색색의 산호초도 볼 수 있다. 해변 리조트 호텔에서는 체험 다이빙, 스노클링, 카약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도 별도 비용을 지불하면 해볼 수 있다.
온나무라 남쪽의 만자모(万座毛)는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드넓은 평원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곧장 바다를 향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단애절벽이 나타난다. 1만명이 앉을 수 있는 풀밭이라는 의미로, 18세기 이 곳을 방문했던 류큐의 왕이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만자모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절벽은 영락없는 코끼리다. 괌의 사랑의절벽과 사이판의 만세절벽을 합쳐놓은 듯한 풍광이 에메랄드 빛 바다와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바닷속을 보고 싶다면 섬 북부의 오키나와 쓰라우미수족관을 권한다. 1975년 세워진 수족관은 전체 규모 면에서는 호주 시드니 수족관에 이어 세계 두번째이며 수족관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터널 식으로 된 수족관을 걸으면 머리 위로 상어와, 가오리를 닮은 만타가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가 지겨워지면 류큐 왕국의 수도가 있던 슈리(首里)성으로 향한다. 오키나와 현청 소재지 나하(那覇)에 위치한 슈리성은 14세기 창건돼 500여년간 류큐왕국의 성쇠를 상징하는 곳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동남아 등과 해상무역을 통해 칠기, 염직물, 도기, 음악 등 각 분야에서 독특한 문화를 꽃피운 류큐왕국은 17세기 일본 속국으로 전락했고 19세기 메이지유신 때 일본의 현으로 편입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슈리성은 2차 대전 당시 미국과 격전을 치르면서 잿더미로 변했으나 정전, 북전, 광복문, 서원 등 대다수 건물이 1992년 복원됐다. 슈리성터와 오키나와 각지에 흩어진 류큐 유적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나하의 국제거리는 오키나와 최대 쇼핑 장소다. 모노레일 현청앞역에서 마키시역 사이 1.6㎞ 가량 이어지는 국제거리에서는 자색고구마, 블루실 아이스크림 등 오키나와의 대표 먹거리와, 일본과 아시아 각지 토산품을 접할 수 있다. 인근 마키시공설시장은 생선과 육류 등 오키나와의 맛을 만날 수 있는 명소다.
오키나와=글·사진 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 안보관광지 오키나와
태평양 일대 섬들이 으레 그렇듯 오키나와에도 2차 대전의 상흔이 많이 남아있다. 2차 대전 막바지인 1945년 미국과 일본이 이 섬에서 최후의 전투를 해 수만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무고한 주민 10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주민들로서는 전쟁을 생각조차 하기 싫겠지만, 당시 격전지 상당수는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안보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섬 남부 일본 해군의 사령부가 있었던 호는 해군 호공원으로 변신했고 최후의 격전이 있었던 마부니의 언덕에는 오키나와전적지 국정공원과 평화기념공원이 들어서있다. 전사자 묘역의 비석에는 일본인뿐 아니라 미군, 한국인, 북한인, 대만인 등 각국의 사망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이 곳에서 숨진 한국인이 1만명에 달하지만 이름이 파악된 사람은 300명을 겨우 넘는다고 한다.
전쟁의 아픈 기억을 전하는 또 다른 유적으로는 지비치리 동굴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오키나와인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돌자 주민들이 이 동굴에 숨어들었다가, 미군의 손에 죽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집단 자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기노완시에 위치한 다카즈다카다이공원도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격전지로, 일본군이 숨어 있던 동굴진지 등이 아직 남아있다. 이 공원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군비행장으로 알려진 후텐마 공군기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더욱 유명하다. 전망대에서는 주택 밀집지역 위를 저공 비행해 이착륙하는 미군 전투기들의 위험천만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 역시 후텐마 기지의 위험성을 인정했고, 주민들은 하루빨리 비행장 이전을 원하고 있지만 옮겨갈 장소를 두고 주민 반대 등이 거세 이전이 늦어지고 있다.
오키나와 중부의 가데나 공군기지는 면적이 15㎢로 가데나시의 83%를 차지하는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미군 기지다. 기지 인근 간이휴게소 에키노미치 가데나 4층에는 기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3층에서는 가데나 공군기지의 역사를 비롯해 어떤 항공기가 이 곳을 거쳐갔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지역 학생들이 방문해 부지런히 메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키나와=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 여행수첩/ 오키나와 여행팁
오키나와는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2시간 10분. 도쿄에서 오키나와까지는 항공편으로 2시간 40분이 걸린다.
아열대 기후인 오키나와는 5~10월 물놀이를 할 수 있으며 11월 이후는 물이 차가워지지만 물빛은 더욱 선명해져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숙소는 오키나와 전역에 산재해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오나손 해변 일대 리조트호텔을, 문화와 먹거리, 쇼핑에 관심이 있다면 나하 시내의 숙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7, 8월에는 일본 관광객이 붐비지만 9월부터는 비수기여서 호텔 숙박료가 30~50% 저렴해진다. 일본의 모든 호텔은 숙박료에 세금과 봉사료가 포함되므로 식당에서 식사 후 혹은 베개 밑에 팁을 놓을 필요가 없다. 전압은 100볼트로, 흔히 돼지코로 부르는 콘센트만 연결하면 노트북, 면도기, 휴대폰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사상 유례없는 엔고로 환율이 100엔당 1,5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은행에서 환전할 경우 수수료가 붙는다. 일본 은행은 한국 은행에 비해 수수료가 비싸니 한국에서 환전하는 게 낫다.
나하 시내의 모노레일이 공항, 국제거리, 슈리성터 등을 연결해준다. 세 번 이상 이용할 경우 600엔짜리 데이패스를 구입하는 편이 싸다. 남부 혹은 북부로 이동하는 대중교통편이 부족해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버스를 이용하면 좀더 싸게 여행할 수 있다.
오키나와현 관광정보서비스 홈페이지(www.visitokinawa.jp/kr)에서 다양한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오키나와현 한국사무소(02-318-6330)에서는 여행 관련 책자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오키나와=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