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 오동진)이 인적 쇄신을 포함한 대대적 구조개혁에 나선다.
연맹 고위관계자는 21일 "오동진 회장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자괴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며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각오로 육상발전의 틀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개혁의 또 다른 한 축은 특정인의 전횡에 휘둘리던 허약한 연맹의사결정 구조를 합리적인 수순으로 바로잡는 것이다. 인적 쇄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밑그림이 거의 완성단계"라고 말했다.
황규훈 연맹부회장은 이와 관련 "경보와 계주를 제외하고 육상 전종목이 개혁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런던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개혁이 전광석화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연맹내부에선 믿었던 마라톤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황 부회장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국 육상이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개혁 이상의 조치를 취해서라도 마라톤 한국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마라톤 대표팀 합숙훈련에 대해 "명백한 실패작이다. 앞으론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방향으로 틀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와 훈련스타일이 제각각 인 선수들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정만화 대표팀 코치도 "합숙훈련보다는 소속팀 별로 경쟁을 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훈련방법"이라며 황 부회장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황 부회장은 특히 "스피드 마라톤 대세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역전마라톤과 하프마라톤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역전마라톤은 경부역전마라톤이 유일하다. 그런데 연맹내부에서조차 예산부족을 이유로 폐지 운운하는 허튼소리가 나온다"며 개탄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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