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와다 칸파르 총사장이 8년 만에 사퇴했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의 성명을 인용해 칸파르 총사장이 이미 7월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원만한 인수인계를 위해 그 동안 자리를 지켜오다가 사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와 포린폴리시 등은 칸파르의 사퇴가 미국과 은밀한 거래를 한 사실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는 알자지라가 미국에 불리한 뉴스의 수위를 조절해주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카타르 주재 미국 대사관이 2005년 10월 20일 작성한 전문에 따르면 칸파르 총사장은 미 대사관 공보관 등과 만나 탈 아파르 지역 군사작전을 다룬 인터넷판 특집에서 두 장면을 삭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그는 "논의해 봐야 하겠지만 2, 3일 뒤 삭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삭제 영상에는 얼굴을 크게 다쳐 입원한 아이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에는 미 대사관 관리가 칸파르 총사장에게 미 국방정보국의 분석 자료를 제공한 것과, 미국과 알자지라가 모종의 합의를 한듯한 암시도 포함돼 있다. 아랍인들의 수호자로 추앙 받아온 칸파르 총사장의 비밀이 드러나자 아랍권에서는 알자지라가 오랫동안 미국을 위해 보도를 수정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칸파르 총사장은 트위터에 "사퇴 이유에 대한 모든 소문이 나를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있다"며 "알자지라에 변화와 개선이 필요해 물러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알자지라는 칸파르의 후임으로 카다르 왕족이자 사업가인 셰이크 아마드 빈 자셈 빈 무하마드 알타니를 지목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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