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는 20일 "서울시정의 정치화가 전시행정과 서울시 부채 증가 등을 가져왔다"면서 "거창한 공약을 제시하기 보다는 정말 시민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생활 시정을 펴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공식 출마 선언을 하루 앞둔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는 전문적 엘리트들도 널리 포용하는 새로운 정당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그러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민주당 테두리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민주당 입당을 하지 않고 무소속 상태로 간다는 것이지만, (내가) 단일 후보가 된 뒤에 야권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 생각이 관철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강남의 부자들이 덜 개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저는 보수와 진보 양쪽이 모두 환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_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설명해 달라.
"만났을 때 '진짜 서울시장을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서 제가 이런 사정으로 결심했다고 10분 정도 얘기했다. 그랬더니 안 원장이 '제가 양보하겠습니다'라고 한마디 했다. 안 원장은 대단히 간결한 사람이다. 제가 이메일로 10줄 쓰면 그는 한 줄 쓰는 사람이다."
_야권 단일 후보가 된 뒤에도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인가.
"범야권 단일 후보로 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야권 전체의 지원을 업고 가겠다는 점에서 단순한 무소속이 아니다. "
_민주당의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인가.
"고민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민주당에 쏙 들어가는 것은 많은 시민이 원치 않는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정치권 전체에 불신을 갖는 세력도 적지 않다. 그래도 민주당이 전통 야당으로서 현정부 들어 투쟁하고 고난을 겪어 왔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기 때문에 범야권 후보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_최근 강남에서도 박 변호사가 한나라당 후보보다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내가 방배동에 산다는 점과 검사와 변호사를 지낸 이력을 보더라도 본래 보수적 계층의 사람일 수 있었다. (내가 주도해온) 희망제작소 회원 7,500명의 거주지를 보더라도 강남, 서초, 송파구 순으로 많다. 이런 분들이 저를 싫어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실제 삶이 늘 소외 받는 사람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양쪽이 다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_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의혹 제기도 있는데.
"아름다운 재단의 캐치프레이즈가 가장 투명한 재단이다. 회계 자료를 다 인터넷에 올리고 심지어 월급까지 공개했다. 투명하게 운영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
_재벌 기업에서 과도한 후원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참여연대를 할 때는 권력감시 기관이었기 때문에 100만원 이상 받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재단은 돈 많은 사람이 기부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시민운동이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에게만 돈을 받자는 게 말이 되는가."
_행정 경험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일을 해 봤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도리어 묻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만든 행정과 정치는 제대로 됐는가. 이명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0년 동안 대선 꿈만 꾸느라 서울시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_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족은 늘 반대했다. 가족들을 바깥으로 끌어내지 말아 달라는 게 (아내의) 당부였다. 선거운동 과정에 한 번이라도 나와 달라고 간청해도 집사람은 안 나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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