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751명과 1,220명(19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간극이 꽤 크다. 국내 대표적인 예술영화 감독인 홍상수, 김기덕 감독의 신작 '북촌방향'과 '아리랑'이 대조적인 흥행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 감독은 작지만 알찬 대중적 성취를 이룬 반면, 김 감독은 여전히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 '북촌방향'과 '아리랑'은 올 5월 열린 제6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나란히 진출했고, '아리랑'이 대상 격인 주목할만한 시선 상을 수상했다.
8일 개봉한 홍 감독의 '북촌방향'은 호기로운 흥행 기세를 보이고 있다. 영진위 집계에 누락된 관객까지 더하면 19일까지 2만7,000명이 이 영화를 봤다. 대형 상업영화 성과와 견줄 수는 없지만 예술영화로선 좋은 성적이다. '북촌방향' 제작사는 이번 주안에 3만 관객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한다. 홍 감독의 최근작 중 가장 많은 관객(5만6,000명)이 본 '하하하'(2010)보다 빠른 흥행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제작사의 분석이다.
홍 감독은 2008년 '밤과 낮'의 흥행 참패 이후 저예산영화 연출로 방향을 틀었다. 고현정 김태우 하정우 등 배우 대부분이 출연료 없이 연기한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를 시작으로 '하하하', '옥희의 영화'(2010) 등을 1억원 언저리의 제작비로 만들었다. 3편 모두 3만명 이상이 들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 들여 적게 남기는 홍 감독만의 새로운 제작 방식이 연착륙한 셈. '북촌방향' 관계자는 "갈수록 대중적이고 편안해지는 홍 감독의 화법이 관객들을 부르는 듯하다. 젊은 층 관객이 늘고 있는 점도 흥행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김기덕 특별전 형식으로 극장가에 선보인 '아리랑'은 정반대 행보다. 김 감독 영화가 대중과는 거리가 멀었다지만 하루 100명 꼴의 관객은 예상 밖이다. '아리랑'이 칸영화제 첫 상영 당시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된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특정 영화인을 비판한 영화라는 부정적인 인식 등이 흥행 발목을 잡았다. 칸영화제에서 눈물 흘리며 노래를 부르거나 사진기자들 앞에서 무술시범을 보인 김 감독의 기행도 거부감을 불렀다는 평가다. '아리랑' 상영을 주도한 CGV 무비꼴라쥬 관계자는 "일반 관객은 즐기기 힘든 영화라 생각했는데 정말 영화 관계자만 본 영화가 됐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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