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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스타 하인즈 워드가 치료받아 유명해진 PRP 시술/ '신의료기술' 검증 안받고 관절 환자 불법시술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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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스타 하인즈 워드가 치료받아 유명해진 PRP 시술/ '신의료기술' 검증 안받고 관절 환자 불법시술 난무

입력
2011.09.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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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위치한 A정형외과. 한국계 미국인 풋볼스타 하인즈 워드가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유명한 '자가 유래 혈소판 재생치료술(PRP)' 시술이 가능한지를 묻자, "물론이다"며 "예약이 2~3주 밀려있다"는 말까지 한다. 병원이 권고한대로 6번 시술을 받으면 200만원 가량이 들어가지만, 만성적인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니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이 큰 돈을 내는 이 치료는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불법 시술이다.

만연한 불법시술

PRP시술을 하는 병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버젓이 광고하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시술 병원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PRP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지 못해 국내에서 치료목적으로 돈을 받고 시술을 하면 불법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는 환자의 동의 하에 비용을 받지 않고 임상시술만 가능하다. 다만 치료가 아닌 성형 등 미용목적일 경우는 병원 책임 하에 제한 없이 시술하고 값을 정할 수 있다.

병원들은 혹시 모를 단속을 피하기 위해 PRP시술을 허가 받은 다른 시술과 병행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병원 기록에는 다른 시술만 표기하는 식이다. 포도당 주사액을 관절에 주입하는 프롤로(증식치료)와 PRP를 함께 시술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단속되더라도 "증식치료 비용만 받았다"고 주장하면 그만이다.

효능 논란

상당수 병원들은 "꾸준히 주사를 맞으면 완치된다"고 설명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서울 시내 B클리닉 관계자는 "주사 직후 단기간, 아주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PRP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유명 스포츠 스타를 내세워 홍보효과를 보고 있지만 실제로 PRP가 일반적인 수술에 비해 치유율이 높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통계가 없다"고 보도했다. 현지 전문가는 "부작용은 없다"며 "하지만 효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신의료기술 평가업무를 담당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선희 팀장은 "PRP의 경우 효능이 있다는 자료와 없다는 자료가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원칙대로라면 병원들은 PRP와 같은 새로운 의술을 도입할 경우, 정부에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하고 임상시험을 거친 뒤 허가가 나면 돈을 받고 시술해야 한다. PRP는 2008년께부터 국내 시술이 본격화됐지만 정부가 불법시술을 인지하기 전까지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청을 했다가 자료부족을 이유로 취하했고, 올 8월에야 의료기기업체가 다시 신청을 냈다. 안전성ㆍ유효성 평가를 받기도 전에 이미 병원들은 효과를 부풀려 광고하고 비싼 돈을 받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가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미루고 마음대로 값을 정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놓은 단속

정부는 환자의 신고가 없으면 이 같은 불법시술을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PRP를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Y병원은 6월 PRP시술을 하고 보험적용이 되는 태반주사시술을 한 것처럼 건강보험료를 허위 청구해 8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가 적발됐다. 그나마 허위청구를 했기 때문에 적발된 것이다.

허가받지 않은 시술을 할 경우 수익이 전액환수 조치되고, 부당이득 비율이 높을 경우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지지만 아직 PRP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는 없다. PRP로 조사받은 병원은 3~4곳뿐이라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선 PRP와 주로 함께 시술하는 증식치료에 보험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그 경우 보험청구시 적발 위험 때문에 PRP시술은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PRP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에 들어가, 늦어도 1년 안에 결론을 낼 예정이다.

●자가 유래 혈소판 재생치료술(PRP)

환자의 혈액을 뽑아 원심분리기로 혈소판을 분리한 뒤 농축된 혈소판을 인대나 연골에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통증을 완화하고 손상된 관절조직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시술도 한번에 20~30분으로 간단하다. 피부재생 효과가 있다며 성형용으로 얼굴 등에도 시술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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