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난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기와 자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난을 이기지 못한 서민들이 보험 사기에 손을 뻗치고, 생활고의 한계점에 달한 서민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경찰청이 최규식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검거된 보험사기 사범은 1만29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전인 2007년 5,134명의 배에 이르는 수준. 경찰 관계자는 "최근 수사한 보험사기 사건이 대부분이 생계형 범죄로 확인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면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유혹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직후인 2009년 보험사기는 사범은 1만5,369명으로 전년(5,312명)에 비해 3배 가량 폭증했다.
실제 19일에는 차량정비업체 수익이 떨어지자 보험사에 수리비를 5만~6만원씩 과다 청구 수천만원을 챙긴 40대 여성이 입건됐고, 20일 부산에선 마땅한 벌이가 없던 모녀가 20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뒤 28차례나 가벼운 부상을 내 보름 이상씩 병원에 드러눕는 방법으로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내다 덜미가 잡히는 등 생계형 보험사기가 꼬리를 물고 있다.
문제는 보험범죄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올 들어 경찰이 2월부터 2개월간 실시한 특별단속 기간에 검거된 보험사기 사범만 2,833명에 이른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월 특별단속에 이어 9월 초부터 또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보험범죄 특별단속을 한 해 두 차례 벌이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자살 건수도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한 사람은 모두 1만5,566명. 최근 저점을 기록했던 2006년(1만658명)에 비하면 50% 가량 늘어난 수치로 자살자 통계를 잡기 시작한 83년 이래 최대치다.
특히 가정의 기둥인 50대 남성들의 자살 증가율이 가파르다. 50~54세 남성의 2009년 기준 10만명당 자살률은 62.4명으로 20년 전인 1989년의 15.6명보다 4배 늘었다. 30~34세 남성의 경우 10만명당 자살률은 2.5배, 40~44세는 2.9배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폭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살 충동 여부 및 이유를 묻는 2010년 설문에서 남성 44.9%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고 말했다. 유독 높은 50대 초반 남성의 자살률이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된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극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보험사기와 자살 증가 모두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소득불평등에서 파생된 현상"이라며 "전체 일자리 중 10% 수준에 불과한 좋은 일자리(정규직이면서 고소득)의 비율을 높이는 등 노동 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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