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중앙회 회장 연봉이 7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깜짝 놀랐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0일 "이제까지 농협 회장 연봉이 얼마인지 전혀 몰랐다"며 "어제 국정감사 질의를 받고 직원에게 농협 회장 연봉을 자세하게 알아보라고 지시했는데, 농협의 설명을 듣고도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서 장관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은 전날 농식품부 국감에서 비롯된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장관에게 "농협 중앙회 최원병 회장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라고 질의했는데 서 장관이 머뭇거리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어 강 의원은 "제보를 받았는데 회장이 1년간 실제로 받는 금액이 12억6,000만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농협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최 회장의 연봉이 7억400만원이라고 한 농협의 해명 역시 믿기지 않는 수준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농협은 최 회장이 중앙회 회장, 농민신문 이사장 등으로 기본급 2억6,700만원, 성과급 1억1,300만원, 농정활동 등 판공비 성격의 경영활동비 3억2,400만원을 받는다고 상세 내역을 밝혔다. 농민단체 회장이 국책 은행장의 2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에 설마 했던 서 장관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것이다.
국회 농식품위는 22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회장의 고액 연봉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흥청망청한 '연봉 잔치'는 회장에만 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농협 직원 연봉현황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1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성과급 등을 합칠 경우 1억원 이상 고액연봉자가 1,600명이 넘는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성수(한나라당) 의원이 농협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이 넘는 연봉(각종 수당 제외하고 확정된 금액)을 받은 직원이 662명으로 2009년(256명)에 비해서 2.6배로 급증했다. 직급 별로는 M급(지점장, 부장, 부부장급 이상) 584명, 3급(팀장급) 68명, 4급(과장, 차장급) 10명이다.
특별성과급과 경조사비, 강사료 등 각종 기타소득을 포함한 연말정산 기준 소득으로 따질 때 1억원 이상 받은 직원 숫자는 1,613명으로 더욱 늘어난다. 이 역시 2009년(928명)에 비해 73.8% 증가한 수치다. 직원들 전체의 2010년 평균연봉(복리후생비 포함)도 전년도(6,330만원)에 비해 16.9% 오른 7,400만원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2010년 농가 평균소득은 3,212만원으로 도시 근로자의 3분의 2수준에 불과한데 그런 농민들의 자조단체 회장은 수십 배에 달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농협은 중앙회 직원들 배를 불리는 데 매달리기 보다 유통구조 개혁 등 고질적인 농업 문제 개선에 힘써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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