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박] 처벌 무서워 4년 도피했는데… "무죄"

사기 혐의로 기소되자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났던 50대가 4년 가까운 도피생활 끝에 붙잡혔으나 법원에서 핵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건설시행업체을 운영하고 있던 계모(55)씨는 2003년 서울 송파구에서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을 하다 그 곳에 '알박기'를 하고 있던 사채업자 김모씨와 악연을 맺었다. 땅값에다 지분까지 요구해 회사 공동대표직까지 맡게 된 김씨는 시공업체와 따로 흥정해 돈을 받아내고는 절반인 33억여원을 계씨에게 떼어주는 조건으로 사업에 계속 관여했다. 하지만 김씨는 얼마 뒤 "계씨가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며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계씨는 "빌린 게 아니라 애초 시공사로부터 받은 돈을 반으로 나누기로 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검찰은 그를 기소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계씨는 도피했다. 이미 사업실패 등으로 부정수표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던 그는 검찰의 기소에 지레 겁을 먹은 것. 도피생활은 4년 가까이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돈이 필요해 2009년에는 2억원의 '진짜' 사기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계씨는 지난 4월 붙잡혀 구속됐다. 하지만 4년 도피생활의 끝은 허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형두)는 계씨의 도피사유가 됐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2009년 추가 범행에 대해서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