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정부군이 반정부 시위대를 로켓포로 공격해 60명 이상이 숨지면서 예멘에서 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인권단체들 역시 예멘이 칼날 위에 서 있는 형국이며, 상황이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AP통신은 20일 수도 사나에서 정부군 이탈 부대원과 정부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여 최소 9명이 숨졌다고 예멘 의료 관계자와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정부군은 이날 아침 변화의광장으로 부르는 시위 거점지역을 향해 로켓포와 박격포로 공격을 퍼부었다. 이로써 18일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이후 사흘간 최소 60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정부군은 19일에도 사나와 남부 타이즈의 비무장 시위대에게 수류탄과 최루가스를 발포하고 저격수 공격을 가해 3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여기에는 10개월짜리 여자 아이와 14세 소년, 부상자 구조에 나선 의료진 등이 포함돼있다. 카메라맨 한 명도 총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으며 일부 외신은 사우디 TV방송 알 이크바리야 소속 언론인 한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예멘의 한 시민은 "이제 군대간 전투처럼 보인다"며 "내전으로 확산되지 않을지 진심으로 걱정스럽다"고 CNN에 말했다.
정부군에서 이탈한 제1기갑사단 부대원과 시위대 수천명은 19일 사나 중심부 알 주바리 대로 서부에 있는 공화국수비대 기지를 점령했다. 살레 대통령 아들 아흐메드의 지휘를 받는 엘리트군이 이끄는 공화국수비대가 기지를 빼앗긴 것은 살레 정권의 통제력이 그만큼 약화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예멘 정부는 성명을 내고 무력진압을 부인하며 평화적 권력 이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3년 동안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은 6월 대통령궁 내에서 반정부 세력의 폭탄공격으로 중화상을 입고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간 뒤 지금까지 그곳에 체류하고 있다. 살레는 수차례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뒤집기를 되풀이해왔고 연말까지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야권은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곧 귀국하겠다고 했지만 그 시기를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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